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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기ㅡ승ㅡ전ㅡ게임..

by 햇살나무


사랑해!


카톡 알람음이 울렸다.

친정엄마와 아들에게서 카톡이 오면 똑같은 알람음이 울린다.


누굴까. 엄마일까?




열어보니 아들이었다.


'어머나.

울 아들이 웬일로 엄마한테 카톡을 보낸 거야?'


속으로 생각했는데 열어보니,


엄마!
게임하나 요청해도 돼?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아들의 첫 카톡이 반가워 선뜻 오케이 신호를 줬다.









다음날 아침,


사랑해!



헛, 이른 아침 이 시간에는 엄마일까?


기대를 하고 열어본 순간.


엄마 요청했어


.. 이게 무슨..

또 게임을 요청했단다.







9월 학기제 국제학교 중학생이 된 아들은 게임을 많이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핸드폰에 심하게 노출되어 스마트폰의 기능에 푹 빠져버린 아들.

아들에게 스마트폰은 전화기이며, 통화 기능에 게임을 추가해서 사용자들한테 많이 팔기 위해 만든 거라고 전화기의 용도와 쓰임새, 유래에 대해 장황히 설명을 해주었다.

고개는 끄덕끄덕하면서 다 듣고 나서는 이내 아들은 내게 게임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응~ 엄마 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난 재미만 있으면 돼~


라고 생각하는 듯이.


그야말로 동상이몽이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서 들은 배틀그라운드를 깔겠다고 한다. 난 이날 집에 온 아들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했다.




아들아. 이역만리 먼 타국으로 유학을 와서 그 비싼 학비를 내고 게임을 하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으냐... 커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 아빠가 이 더운 곳에서 고무 구운 돈으로 우리 식구 밥 먹이고 살리려고 고생하시는데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


그랬더니,


아들이 잠 못 든 새벽,

내게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대한민국에서 아동으로 산다는 것.


'아동은'으로 시작해서 '~할 권리가 있다.'로 끝나는 몇 개조의 항을 이야기해주는 영상.


아이가 내레이션을 하는데 왠지 울컥했다.


마지막에

'대한민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나라'라는 말 때문이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고, 약자라고 업신여기고 억압당하는 아이들. 솔직히 아이들을 웃게 하는 어른보다 울게 하는 어른들이 더 많으니까.


그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알았다. 퉁퉁 붓다 못해 다래끼가 날듯 벌겋게 변한 아들의 눈두덩이 때문에.


난 아들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새벽 늦도록 분을 삭이면서 저 영상을 찾을 때의 기분이 어땠을지에 대한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퉁퉁 부은 눈을 억지로 뜨며 자고 일어나서 괜찮아진 기분을 표현하느라 애써 웃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나도 살짝 미소를 머금고, 아들을 꼭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알았다. '


그런데.



앱 하나를 요청했다며 톡을 보낸 아들.


'아... '

나는 땅 꺼지듯 한숨과 함께 깨달은 듯 감탄을 했다.


그래?

네가 그랬단 말이지?


바뀌지 않은 아들을 보고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이에 무너지지 않을 내가 되리라 다짐했다.



소심하게 내뱉은 한마디.


"수업시간에 쉬는 시간에 할 게임 생각하기 없기.ㅠ"


그리고

자신 있게 돌아온 카톡,


"ㅇㅋ"


그래?

헌데, 이제는 말로만은 안돼.


내게 증명해 보여줘.

그리고 돌아온 마지막 회심의 한마디


"내 기억"



네 기억은 내게 보이지 않잖아.

보여줘.

네 노력의 흔적을...






아들이 수업시간에 딴생각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모르는 내용과 배운 내용을 적어오라 하였다.






시댁에 살 때부터 아들의 핸드폰, 컴퓨터 게임으로부터 떨어뜨려 놓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다.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의 도움 아래 엄격한 수업을 듣고,

엄격한 스마트폰 사용시간의 규제를 받아 사용했지만

아들의 스마트폰 사랑은 쉬이 식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아들을 포기할 수 없다.


단호하게 끊어내지는 못했지만,

내가 우울증 약을 5년에 걸쳐 서서히 끊게 된 것처럼

시간이 들어서라도 나는 끈기 있게 매달릴 것이다.


아들의 스라밸(study/life/balance)을 위하여...




2022.09.16

브런치 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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