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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나 이제 그만 아파!
12년 만에 찾아온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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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나무
Sep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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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어날 딸 생각을 하면 먼저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난다.
그동안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모든 일들이
새 생명,
우리 딸을 만나기 위해 내가 엄마로서 겪어야만 했던 과정이었노라고.
그 험했던 여정의 끝에 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내게 와주어서, 난 새로 태어난 것 같다.
첫째를 낳고 한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했더랬다. 키우는 것이 힘이 들어 임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내심 바랬다.
10여 년 전,
남편과 결혼하고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술집이었다.
우린 둘 다 술을 좋아했다.
주량은 내가 훨씬 적었지만,
그래도 한잔을 주거니 받거니 ,
속 깊은 이야기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 참 좋았다.
남편과 나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가 잘 통했다.
그날따라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나왔고, 술에 취한 나는 울면서 내 가족을 원망만 했다
.
듣던 남편이 말했다.
"장인어른, 장모님이 그렇게 힘든 세월을 보내고서 네가 생기고 너를 낳고, 얼마나 기쁘셨을지 생각 못해봤나.
얼마나 너를 사랑했겠노? "
나는 남편이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면을 보고 남편은 그런 이야길 하는 걸까?
그런데 내가 이 귀한 딸을 갖고서
하루하루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나의 모습에서
나는, 나를 가졌을때에 나의 엄마, 아빠가
나로 인해 얼마나 행복하셨을까를
하루하루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남편이 10년도 훨씬 지난 과거의 일을 나보다 더 나를
더 잘 알아차리는 것 같다.
한발짝
물러서서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배에서 꼼지락대는 새 생명은 내게
'살아줘!'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 내게 몸부림으로 말을 걸어오는 새 생명은
더 이상 아프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상하게 내 인생은 아파도 괜찮으나,
내 가족과 다른 사람 아픈걸 못 보고, 못 견뎌한
이 오지랖퍼에게 나타난 천사.
나 또한, 내 아픔이 이 새 생명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젠 엄마가 아프지 마. 엄마나 아프지 말라고.
!
남 걱정 그만하고. 엄마 자신만 걱정 해!'
말도 배운 적 없는 새 생명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허무맹랑한 허구 같지만, 내 생각이 그랬다.
부정적이기만 하던 나였는데,
뱃속에서 보낸 새 생명의 태동은
내게 분명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새 생명이 태어난다.
베트남에서 할머니가 될 나이에
나는 둘째를 낳는다.
한국에서도 나는 노산이다.
그런데 뭐 어떠랴.
내 인생인데.
내 인생에 찾아온 축복인데...
딸을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정말 뱃속에서 '엄마나 아프지 마!'
라고 텔레파시를 보냈느냐고...
예쁘다고 말 안하는 사람이 없었던 13살이 된 첫째의 어린시절
첫째와 띠동갑! 도플갱어같은 둘째 딸의 모습.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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