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일기

출산 D-7

편지

by 햇살나무

이제 다솜이를 만날 날이 7일 남았네..

1월 22일 베트남으로 들어오자마자, 1월 28일 네 존재를 알게 되었어.


타국살이와 동시에 시작된 너.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코로나 자가격리, 임신 격리, 근신으로 이 낯선 곳을 둘러볼 시간이 없었지만, 그 대신 이 엄마가 5년간 먹던 신경정신과 약을 끊었단다. 그건 큰 발전이야.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나라에서 자연분만으로 낳기 싫었던 나의 마음을 읽었는 것처럼 다솜이 너는 그렇게 태어나길 거부하고 거꾸로 서 있네. 덕분에 나는 수술을 통해 너를 만날 수 있게 되었어. 오빠를 자연분만으로 만나려 분만촉진제를 맞고도 52시간 진통을 겪어서인지 자신이 없었기도 했단다.


12년 만에 찾아온 새 생명, 너를 처음 알았을 땐, 나는 기적과 축복을 느꼈고, 더운 나라의 음식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입덧 때문에 힘들기도 했으며,

생애 최고 몸무게를 갱신하며 무릎마디가 아파오더니, 부른 배가 풍선 같아 꼭 터질 것 같고 이슬이 비쳐 34주 만에 부랴부랴 입원을 해서 네가 다 자라기도 전에 엄마 몸속에서 꺼내려했지만,

그런 시기들을 꿋꿋이 참고 견디고 이겨냈단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너는 사랑이라는 의미를 지닌 순수 우리말 다솜이라는 이름으로... 우린 함께 이겨낸 거야. 너와 내가 함께.

감정 기복도 심하고, 불안해하던 나의 기분이 다솜이 너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랐다. 약을 먹어야 가라앉던 기분이 오히려 약을 먹을 때마다 더 불안해지고 죄책감이 들었단다. 그 덕분에 약을 끊을 수 있었어.

이런 내 몸속에 있던 네가 부디 불편했지 않기를 바라.


매달 너를 보는 의사 선생님을 찾으러 갈 때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건물 안에 갇힌 기분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두 손 꼭 모아 기도를 올리며 그 위기를 넘겼단다.

타국으로 오자마자 아는 한국인도 없이 외로이 혼자서 집을 지킬 때에도 엄만 다솜이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 네가 내게 왔기 때문에 나는 좀 더 용감해졌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단다.


이제 네가 태어나면 덜 외롭겠지.. 네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꼭 안아줄 거야. 중요한 건 너의 모습이 아니라, 너의 존재니까. 너와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니, 많이 떨린단다. 요즘따라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서울에서 대구로 시집와서 분만의 고통을 혼자 고스란히 안고 이겨냈던 외할머니가..

이 엄마가 태어날 때에도 외할머니는 나처럼 하늘에 기도하셨겠지.


부디 너를 만나는 과정이 평온하고 순탄하기를

나는 지금 그것만 바랄게.


우리 서로 건강하게 만나자..

사랑해.


2022.09.30

너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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