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일기

첫째에게 쓰는 편지.

어리석은 에미를 용서해다오.

by 햇살나무

첫째에게..

요즘 첫째에 대한 기대가 커서
다그치기도, 지적하기도, 야단치기도 많이했다.

그치만,첫째에게도 둘째와 같이 태어나 얼마 안됐을 때에는 무진장 많이 사랑스러웠던 시기가 있었고,그런 사랑을 처음해보는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처음 가져다준 고마운 나의 첫째한테,
그랬던 흔적은 온데 간데 없고
나는 노산이라 힘들다고,타국에서 외롭다며
지친 몸과 마음을 아직 다 여물지 않은 가녀린 첫째에게 많이 의지했다.


생애 첫 중간고사를 치른 첫째는

끝나지 않고 며칠 계속되는 시험에다가,

공개되버린 뜻하지 못했던 낮은점수와 휴대폰까지 제출하지 못해서 그 과목은 0점을 받는 등..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질러서 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도 첫째는 사랑이 많이 고파 보인다.
아무리 갓난아이인 둘째보다 나이가 열두살이나 많다해도
첫째는 가녀린 가지를 계속 뻗치고 있는, 지금도 자라고 있는 어린나무란 생각이 든다.

이제 갓 막내와 외동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낯선 이국땅에서 동급생들보다 한 학기 빨리 중학생이 되어 어려운 공부를 따라가느라 많이 힘겨웠을텐데

바보같은 엄마는 ,

격려보다는 모진 야단으로 첫째의 여린가슴에 생채기를 내왔다.

그것을 생각하고나니 이제서야 내 마음전체가 욱신거린다...

내 마음이 이런데, 첫째의 마음은 오죽할까.




첫째야,
나는 너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엄만 너를 제일 사랑할거다.

잠시 사랑의 방식이
꽃샘추위처럼
매섭고 날카로웠지만,
그마저도 사랑이라 여겨

너가받을 상처를 생각못한 어리석은 에미를 용서해다오.

이제는
니가 받은 상처가 아물때까지
엄만
너를
자주 들여다보고,

또 감싸줄게.

모진 세파에 다치지 않도록
내 뼈가 깎이더라도
너를 지켜주고 끌어안고 있을게.

이 어미는

우직하게

우주만큼

사랑한다.








막내이자, 둘째로 자랐던 나는

야단만 치던 오빠를 평생 원망하며 살아왔다.


한글을 가르쳐주고,

일상생활 예절과 마음가짐등에 대해

매일 회초리를 들고 야단치던 오빠를

나는 선생님처럼 무서워 했었고,

주변에 오빠를 둔 친구들이

반말을 섞어 티격태격 싸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첫째를 다그치는 나를 돌아보니

어릴적 나와 오빠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잘해야 한다는 첫째로서의 부담.

맏이로서의 책임감이 얼마나 컸을까..


지금에서야

뭐든지 다 잘하던 오빠가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는지,

둘째를 낳고 나서

첫째에게 기대하고 야단치는 나로 하여금 알게 된다.



동생앞에서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외로운 싸움을 했던 오빠를 생각하면 이제 어엿한 가장으로서

하얗게 삐죽빼죽 고개를 드는 흰머리와 함께 어깨가 쳐져 쓸쓸해진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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