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글 Jeonggeul Mar 31. 2023

생각을 비우는 삶에 대하여.

집에서 멍하니 있다 보면 잡생각이 든다.

뭉게뭉게 뜨는 잡생각들은 내 머릿속에서 현실을 왜곡시킨다.


생각을 비우는 방법은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냥 생각이 머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그 뒤부터 시작한 것을 멈추지 않고 직진해야 한다.





2020년 [주디]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르네 젤위거의 수상소감이 참 인상 깊었다.


"르네. 생각을 비워. 아무 생각하지 마.

그저 일해. 일만 생각해. 일에만 집중해.

그렇게 다그치고 집중하며 영화를 찍었다. "


배역을 소화해 낸 것에 대한 내용보다.

그녀가 영화를 찍으며 가졌던 그녀 자신의 태도에 대한 소회를 더 인상 깊게 들었다.


그저 일만 해. 일해. 일에만 집중해..



수상소감을 말하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흔들고 있었다. 오로지 그 순간에 집중하며  말하는 모습조차도 그녀는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집중을 하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집중력이 좋다.


그러나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할지 그것을 정하는 것이 문제 아닐까.


잡생각을 하는 것도 집중일 거다.

그러나 의미 없는 잡생각에 대한 집중이 가져다주는 것은 

나를 넘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를 넘어지고 내 중심을 잃게 만드는 것은 유익한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넘어져봐야 배운다.


'의미 없는 생각을 해서 이렇게 되었구나'...




딴생각은 왜 하게 되는 걸까.


쓸데없는 생각은 왜 하는 걸까.


그것도 생각이라고 그 딴생각과 잡생각에 대한 결론도 내려야 하는 걸까.


생각에 결론이라는 게 존재할까.


의식적으로 내가 끝맺지 않으면

절대로 생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했던 대부분의 잡생각들은 다 망상에 불과했고, 내 삶을 건설적으로 바꾸는 것에 단 1프로도 일조한 것은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잡생각이 드는 것은

몸이 게으르기 때문에 생긴 벌이라고 해두고 싶다.






잡생각의 대가는

내가 베트남어 공부 한자 더 하고,

자격증 공부를 한 장 더 하고,

김치 한 포기를 더 담그는 시간을 허투루 낭비한 것뿐이다.


어릴 때부터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나는 지금 세계최고의 어느 분야의 일인자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의 반전을 이야기하자면,

딴생각을 한 시간이 있었던 덕분에 내가 여태껏 살아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 눈앞 현실을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두고 싶다.

감사하는 기도를 할 틈도 없이 살았더라면 어느 불운한 사건현장 속에 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충만한 우주라는 시공간 속에서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므로.


팍팍한 현실만 집중하고 그것만이 행복하다 여겨

딴생각으로 부리는 여유 까지도 부정만은 하지 말자.

내가 살아 숨 쉴 수 있게 하는 시간을 벌어다 준 것인지도 모른다.



대신 나를 건설적으로 만드는 무언가에만 집중을 하자.

그리고 순간순간 "감사함"이라는 딴생각을 할 여유는 부려보자.




2023.03.31

브런치작가 정글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속의 여자 vs 가정안의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