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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Apr 17. 2023

18금 포레스트 검프를 아들과 함께 다시 보니...

아들과 오래간만에 금요일 밤을 영화 한 편 같이 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어떤 영화를 볼까.

마블액션?

애니메이션?

다큐?

...


추천목록을 보다가 포레스트 검프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톰행크스 주연의 영화들 중에서는 캐스트 어웨이를 가장 감동 깊게 보았기 때문에 아들에게 캐스트 어웨이를 보여주기 위해 검색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캐스트 어웨이는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추천목록에 나온 포레스트 검프를 보기로 했다. 그나마 그 중에서는 감동깊은 영화였다는 나름의 판단이 있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운명인걸까?




개봉당시 바로 대 명작으로 등극한 영화라는 평 때문에 봤는데 내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라면 [바보라고 무시하지 말자?.]정도였다. 그 당시의 난 욕심투성이 였었던 것 같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그래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더 탐욕을 내고 그랬기 때문에 이 명작을 보고서도 느낀점이 이것 뿐이었다니..

어쨌든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아들에게 좋은 영향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재생했다.

아뿔싸!

그런데 영화는 18금이었다.

그래도 야한 장면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던 기억에 의존하여 보호자인 내가 옆에서 함께 보면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거리낌없이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자신의 생애를 독백으로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버스를 기다리던 불특정 한 인물들은 포레스트의 독백을 듣다가 버스가 오면 타고 갔고, 또 다른 예비승객들은 포레스트 옆에 앉아 그가 끊임없이 혼자 이야기하는 얘기들을 두서없이 듣고는 사라져 가고 또 채워지고 있었다.


다릴 못쓰게 되어 철골관절을 보조기구로 끼우고 로봇처럼 걷던 포레스트의 어린 시절. 그는 자신을 지독하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때 그가 사랑하던 어린 제니는 포레스트에게 큰 소리로 한마디를 외쳤다.


"달려!!! 포레스트! "


자전거로 쫓아오며 괴롭히는 아이들 앞으로 달리기를 하던 포레스트의 다리를 감싼 철골보조기구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포레스트는 어떤 보조기구 없이도 스스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바보지만 유일하게 잘하는 달리기로 미식축구 선수가 되어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고 때가 되어 군대를 가게 되자 상사가 시키는 것만 잘하는 바보는 모범병사가 되었다.


그는 베트남전쟁에 참여하였고 아군이 전멸할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제인의 말 대로 총알보다 더 빨리 달려서, 죽어가는 동료들을 안고 뛰어날라 동료들의 목숨을 살렸다.


이때 군대에서 만난 새우를 매우 사랑하던 절친이 총알을 맞고 살아날 가능성이 없게 되자 그는 절친이 제대하면 꼭 함께 하자며 제안했던 새우잡이 사업을 그의 유언으로 받아들여 제대 후에는 새우잡이 어선을 사들여 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분대장은 명예롭게 죽고 싶었지만, 포레스트가 안고 뛰어 살려주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다리가 잘린 상태로 불구가 되어 여생을 살게 된 상사 .. 그런 상사는 포레스트에게 자기를 죽게 놔두지 왜 살려놓았느냐며 분풀이를 했고, 동료들의 목숨을 구한 바보 포레스트가 훈장까지 받게 되자 극대노한 상사는 포레스트의 삶을 지켜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에 대한 충성심뿐이었던 포레스트는 그의 분노마저 고스란히 받아주기만 다.





새우잡이 사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듯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던 포레스트 앞에 휠체어를 밀며 나타난 상사.그는 포레스트의 의지에 가이없이 여겨져 그와 함께 새우잡이 헤딩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네이도가 일어나 모든 새우잡이어선을 다 부서뜨렸고, 고물만 건지던 견고하고 튼튼했던 포레스트의 새우잡이 어선만이 건재하게 남아 세상의 모든 새우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려한 전성기가 펼쳐지고 새우잡이배를 열두 척이나 가지게 된 포레스트에게 갑자기 뜻밖의 비보가 전해지고, 포레스트는 자신의 사업체 운영권은 모두 자신을 도와준 다리가 불구였던 상사에게 맡기게 되었고,  정리한 돈은 새우잡이를 처음 제안했던 죽은 동료의 가족에게 기여했다.

 금액은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 그 돈을 받은 동료의 엄마는 뒤로 쓰러진다.

자신의 생을 열심히 사느라 돌보지 못했던 포레스트의 엄마는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곧이어 이별을 경험하고 난 포레스트.

죽음은 삶의 또 다른 부분이라 말한 엄마의 유언을 듣고 마음속 깊이 엄마를 간직하게 된 포레스트.


그런 그에게 평생 마음속으로 간직하며 동시대를 살아왔던 제니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언제든 어느 순간이든 항상 제니를 잊지 않자신의 일상을 편지로 써서 부쳤던 포레스트.


검프와 제니는 평생 간직될 행복한 하룻밤을 보냈지만 또 다시 제니는 검프를 떠나고 말았다...



지금도 이 글을 읽는 아들은 이 사진을 손바닥으로 가린다.



포레스트는 엄마와 제니가 모두 자신의 곁을 떠나자 오로지 자기가 잘하는 한가지 달리기로 끝도 없는 세월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잇는 추종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마어마한 대형을 이룬다.

꿈이 없는 사람들은 꿈이 있는 사람의 뒤를 쫓는다. 


몇 년 뒤 제니는 포레스트에게 편지를 썼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제니는 이미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다.


제니는 에이즈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포레스트에게 . 그러면서 아이의 이름은 포레스트.

그리고 그 아이의 아빠가 포레스트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몇 년이 지나서야 이야기한것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제니는 자신이 아빠로서 살 자신이 없을 포레스트를 위해 평생 숨기며 살아갈 뜻이었을 듯 싶다.  


엄마가 떠난 자리에 아빠로서 있어주어야 기에 제니는 포레스트에게 자신의 아이를 소개시킨 것이다. 포레스트는 아들이 자신과 똑같은 바보일까 봐 걱정을 하며 아빠로서 다가가는 것에 큰 괴로움을 느끼지만, 제니는 리틀 포레스트가 아주 똑똑한 아들이라며 포레스트를 위로한다.

제니는 곧 세상을 떠나고...

집 뒤 큰 아름드리나무 밑에 요람처럼 예쁜 무덤 앞에서 제니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하는 포레스트.


아들에게 가는 버스가 도착해 곧 자리를 뜨게 된 포레스트. 이야기 끝부분을 들어주던 할머니는 크게 감동하며 눈물을 흘리고 포레스트와 그의 가족에게 행복을 빌어준다.

영화는 끝이 났다.


함께 본 아들의 감상담은.

"아무리 바보라도 잘하는 것은 반드시 있다. " 란다.

그래. 암. 그렇고 말고.

나도 처음봤을땐 그랬으니까.


(다행히 야한 장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아들은 침대신이 나올때마다 잠시 부끄럽고 쑥스러워하며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영화 전체의 흐름에서 침대씬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점잖게 이야기해주었지만, 참 다행이다..무척 낯 뜨겁지 않아서.. 혹시 아들은 실망했으려나?..내심 기대했을텐데... )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그때도 아들과 같이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처럼 아들또한 조금 더 커서 이 영화를 다시 봤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다시 본 후 처음 보았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적어본다.


 인생에는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고,

그렇기에 한 가지도 제대로 된 게 없어서 만족보다는 불만족스럽고, 행복을 느낄 기회도 잘 없었던 가 보다.


포레스트처럼 인생을 바보처럼.

우직하게 잘하는 한 가지를 꾸준히 붙잡고 살아가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하고 사느라 가족들과의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채 이별을 하는데.

 그렇지만 그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그의 가족들을 마음속으로 간직하며 평생 자신에게 중요한 것 한 가지에 집중하고 몰입하여 이별이 더 이상 후회되지 않도록 아들 포레스트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사랑할 것이다.



포레스트는 그가 사랑하는 제인만을 평생 바라보며 살았다.

그리고 제인의 말대로 무조건 달리기만 했다.

바보라고 불리기만 했던 그는 제니의 말대로 달리기를 통해 대학을 들어가게 되었고, 동료들과 군사수의 목숨을 구해줬으며, 그를 따라  없이 함께 달리는 추종자들도 생겼다. 바보라도 꿈이 있는자는 반드시 추종자를 만들게 된다.


군대에서 만난 절친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잡이 사업을 일으켜서 죽은 절친의 유가족에게 은혜를 갚았고, 목숨까지 구해준 군 상사를 큰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포레스트는 오로지 한 여자와 그의 친구, 그리고 상사 한 명과의 관계뿐이었지만, 그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남들이 바보라고 해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가 사랑하고 또 그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와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꿈을 잊지않고 간직하며 살았던 과정속에서 그는 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일어났다.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는 눈에 보이는 잡다한 것들에 너무 많은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아닐까.


무엇을 계속 얻으려 하기보다 포레스트처럼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소중하지 않은 건 비워내고 잘라내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그리고 꿈을 잃지 말고 그 꿈을 간직한 채.

꿈꾸는 삶을, 소풍같은 인생을 살아야겠다.



그럼 나도 언젠간 나의 장애물을 벗어던지고 뛰어다닐 수 있겠지...


아들도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그걸 통해얻은 자신감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행복하게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 



아들도 꿈을 잃지 않기를.



2023.04.17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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