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글 Jeonggeul Feb 12. 2024

용서

한국생활 20일만에 느낀 짧은 소회

있고 있었는데

바라고 바랐던 나를 용서하소서


있었는데

찾으려는 노력 않고


없다고

더 달라며 불평하던 나를 용서하소서


참회합니다

부디


어리석었고 어리석은 저를 용서하소서.



2년 만에 돌아온 나의 고향 원래 터전에서 나는 이번에 가족들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모든 선택을 다 가족들을 위했고 결과가 불행하자 모든 원망을 가족 탓으로 하게 됐다.


2년 동안 나는 혼자 타국으로 떨어져

처음 보는 타인들과 낯선 상황 속에서 자숙하는 시간과 종속적인 존재였던 나를 주체로 생각을 바꾸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똑같이 낯선 환경에서 똑같이 힘겨운 적응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의지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과거와 지금을 꾸준히 바르게 살아간 사람,

가족이 애틋해서 떨어지는 게 서럽기만 하여 눈물을 보이며 꾸역꾸역 살아내는 사람,

새로운 환경 앞에 적응을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열정적으로 달리던 사람,

과거를 청산하고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 사람


나는 첫 번째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 해당이 되는 건가 보다. 치열하게 잊고 싶어서 열정적으로 적응하려다 또 고개를 뒤로 돌려 지나온 과거를 멍하니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기를 수시로 반복했다.


잊고 싶어서 아등바등 이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년 만에 만난 가족들의 모습들이 뭐랄까.

2년이 짧은 시간인데 바뀐 게 있을까 했지만

실제로 만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표독스러웠던 젊은 시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늙어가며 인자하고 온유해지신 부모님들 그리고 세월을 피하지 못하고 주름을 그리고 있는 친정오빠 내외.



굳이 타국으로 오지 않았어도 모두가 저마다 똑같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애쓰며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진 가족들이 참 좋았다.


그동안 원망하며 보낸 어리석었던 시절의 내게 내가 미안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야 실감한다.


그래서 이제는 용서만 바란다.


그리고,


나 같이 남 탓을 하느라 원망의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서 놓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는 주어야 한다.


용서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줘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언제까지 이틀이상 붙어 있으면 안 되는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