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글 Jeonggeul Feb 23. 2024

지금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

언젠가 이 글을 읽어볼 아들을 위해


나는 늘 현실을 비판만 하며 살았다.


우리나라를 분단시킨 공산주의를 혐오하고

평화를 깨뜨려 싸우자고 시비를 건 친구를 혐오하고

살 찐 나 자신을 혐오했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는 현실

교복 입고 학교 가는 현실

책상에 앉아 판서하시는 선생님을 보는 현실



그때의 나는 몽상에 빠져 살았다.


티브이 속 연예인들에 빠져 살았고

자동차 게임 1등 하는 것에 목을 맸고

짝사랑하던 남학생의 모습만 그리며

남의 눈에 비칠 내 모습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살았다.




지금

크면서 점점 빼앗기고 있는 부모의 호의 앞에 아들은 숟가락마저 지 손에 들지 않고 입만 쩍쩍 벌려선 스팸구이가 얹어진 밥과 바나나우유를 종일 빨아먹던 그 시절이 좋았노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언제쯤이면 시간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될까.

언제쯤이면 긴 주석이 달린 친절한 설명 끝에 행동으로 실천하는 기운 빠지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나는 내 어린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고

엄마가 챙기라는 준비물만 챙기고

엄마가 입으라고 내어주는 교복만 입고

엄마가 하라는 숙제만 하느라


난 내 현실이 없었다.


스스로 잘해서 상장 한번 받아온 적 없고

음악 쪽 재능이 있어서 음악선생님이 성악으로 진학을 하라고 하셨고 전교생 앞에서 아람단 지휘를 한번 한 게 다였으나 그마저도 아버지 말씀 따나 딴따라가 되는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 날 닮아,

아들도 그렇게 되는 걸까.


아들이 자립으로 무엇이든 척척 잘 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인 걸까.


다들 아니라고 못 도와준다고 해도 그때 그 현실에 내가 치열하게 준비하고 부닥치고 스스로 해내고 살았더라면 지금에 와서 좀 더 기억에 남아 있을까. 내 삶이 빛나고 있을까


 

대충 현실과 타협이나 하고

눈 가리고 거짓말이나 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먹성만 부리며

타인의 행복에 안심하고 사느라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

기억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련하고도 한심한 나를

나 자신에게 후회하면서


그런 모습을 아들에게 투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게 있고

나름 잘하고 있는데.


내가 해내지 못했던 과거의 그 일을

아들에게 해내라라고 이야기하는 것,

내 꿈을 어른들 눈치에 포기했듯

아들이 잘하는 것을 외면하는 것.


아들을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종 부리듯 하는 건 아닐까..


내 꿈을 아들에게 미루고,

내 과거를 떠올릴만한게 없다는 것은

내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 인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용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