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
언젠가 이 글을 읽어볼 아들을 위해
나는 늘 현실을 비판만 하며 살았다.
우리나라를 분단시킨 공산주의를 혐오하고
평화를 깨뜨려 싸우자고 시비를 건 친구를 혐오하고
살 찐 나 자신을 혐오했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는 현실
교복 입고 학교 가는 현실
책상에 앉아 판서하시는 선생님을 보는 현실
그때의 나는 몽상에 빠져 살았다.
티브이 속 연예인들에 빠져 살았고
자동차 게임 1등 하는 것에 목을 맸고
짝사랑하던 남학생의 모습만 그리며
남의 눈에 비칠 내 모습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살았다.
지금
크면서 점점 빼앗기고 있는 부모의 호의 앞에 아들은 숟가락마저 지 손에 들지 않고 입만 쩍쩍 벌려선 스팸구이가 얹어진 밥과 바나나우유를 종일 빨아먹던 그 시절이 좋았노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언제쯤이면 시간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될까.
언제쯤이면 긴 주석이 달린 친절한 설명 끝에 행동으로 실천하는 기운 빠지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나는 내 어린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고
엄마가 챙기라는 준비물만 챙기고
엄마가 입으라고 내어주는 교복만 입고
엄마가 하라는 숙제만 하느라
난 내 현실이 없었다.
스스로 잘해서 상장 한번 받아온 적 없고
음악 쪽 재능이 있어서 음악선생님이 성악으로 진학을 하라고 하셨고 전교생 앞에서 아람단 지휘를 한번 한 게 다였으나 그마저도 아버지 말씀 따나 딴따라가 되는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 날 닮아,
아들도 그렇게 되는 걸까.
아들이 자립으로 무엇이든 척척 잘 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인 걸까.
다들 아니라고 못 도와준다고 해도 그때 그 현실에 내가 치열하게 준비하고 부닥치고 스스로 해내고 살았더라면 지금에 와서 좀 더 기억에 남아 있을까. 내 삶이 빛나고 있을까
대충 현실과 타협이나 하고
눈 가리고 거짓말이나 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먹성만 부리며
타인의 행복에 안심하고 사느라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
기억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련하고도 한심한 나를
나 자신에게 후회하면서
그런 모습을 아들에게 투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게 있고
나름 잘하고 있는데.
내가 해내지 못했던 과거의 그 일을
아들에게 해내라라고 이야기하는 것,
내 꿈을 어른들 눈치에 포기했듯
아들이 잘하는 것을 외면하는 것.
아들을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종 부리듯 하는 건 아닐까..
내 꿈을 아들에게 미루고,
내 과거를 떠올릴만한게 없다는 것은
내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 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