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이과가 아니라 문과인 것일까.
요즘 아들이 하는 공부를 다시 하면서, 아들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잠시 고민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린 나만의 결론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모든 것이 계산적이라는 것.
힘의 논리도 숫자,
에너지도 숫자,
땅값도 숫자,
나이도 숫자...
그래서 그런지 직업도 이과계통이 많다.
정답이 딱딱 떨어지는 일들
의대, 약대, 공대, 연구개발...
모든 게 다 숫자적이다.
어려운 걸 공부하는 데에는 외우는 방법만큼 쉬운 건 없다.
외우면 만사오케이다. 그렇지만 외우는 건 결국 단순방법이다. 단순노동이라는 것이다.
고등수학도 풀다 보니 결국 공식을 외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 많은 문제를 증명해 내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 증명해서 도출해 낸 공식을 모두 외워야 어렵고 많은 문제들을 제시간에 풀어낼 수 있다.
의대도, 약대도, 간호대도
죄다 외워야 하는 거 아닐까. 수많은 반복으로 학습하는 것.
결국 시간과 노력을 반복으로 외우는 일에 갈아 넣어야 한다.
블록처럼 맞춰진 인간세계에 흡수되기 위해 우리는 '공부'라는 것을 한다. 그래야 내 세대에서 정상범주 그래프에 평범한 정상인으로 손가락질받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런 공부를 하는데 동기부여는 사실 스토리다.
설화나, 신화, 어원을 풀어낸 역사 시나리오에 빠지면 흥미로와서 공부하는 게 재밌어진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 직장인들의 월급을 다 훔쳐가는 것도 사실 그럴듯한 스토리의 상품들이다.
자동차, 건물, 지위, 땅 그리고 유행하는 콘텐츠들..
열심히 공부하고 꿰찬 그 자리에 선 사람들은 결국 자기만의 스토리에 빠진다. 스스로 노력한 만큼 보이는 스토리들의 콘텐츠(영화, 영상, 도서)를 소비하고 동기가 생성되면 자기의 일에 또다시 몰입한다.
그러다 보니
이 거대한 인간세상은 벌써 큰 틀과 퍼즐처럼 짜인 직업들이 있다.
그 퍼즐을 이끄는 변화는 결국 새로운 스토리이자 문명이고,
뒤따라 자연스레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새로운 문명도구다.
40대에 고등학교 공부를 다시 해보니
고등학생 때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다시 보인다.
비정상범주가 아닌 정상범주에 머무르려 개미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스토리에 잠시 환상을 갖는 것이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