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죽었다.

by 햇살나무

아침에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바닥에 벌이 죽어 있었다.

장수말벌인지.

쏘이면 죽을 것 같은 독종 같은 벌이 죽어있었다.


멀리 양쪽 끝을 보니 창문이 다 열려 있었다.

어쩌면

열심히 날아다니다 이곳에서 영생의 쉼을 가진 지도 모른다.


아니, 내 눈에는

조금만 더 날아가면 살 수 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를 죽일 수 있는 생명 따위에도 긍휼한 마음을 갖는 이 죽일 것의 어리석음.


그렇지만 그건 내가 독종에게 가지는 마음이 아니라,

내게, 내가 가지는 마음인 것이다.



조금만 더 날아가면 돼.


이곳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야.


조금만 더 날아가면 돼...

조금만 더 나아가면 돼.

영생의 빛과 안식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네 시작은 얼어붙은 늪이었지만

이제부턴 따뜻한 햇살에 녹은 넓디넓은 바닷물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며 여생을 살아갈 거야.


너는 잠시 터널 속에 들어온 거야.

그리고 드디어 빛을 발견한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이기적이 나쁜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