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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n 04. 2023

저자가 된 아들

'함께 쓰는 수학일기!'를 쓴 우리 아이들

'수학을 통해 다 함께 성장하는 일기, 일상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어려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라는 표제가 달린 '함께 쓰는 수학일기'가 출판되었다. 그저 단순한 신간 서적이 아니다. 충남 홍성 내포중학교 수학선생님과 수학동아리(Math Love)의 학생 선후배 12명이 함께 수학에 대한 각자의 에피소드와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저자 중 한 명이 내 아이(이하 'J')라서 더 기쁘고 대견하다.


J가 중학교에 입학 한 지난해 초 어느 날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어떤 글이냐'고 물으니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소설! 그 어려운 걸 네가 할 수 있겠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떤 소재로 쓸 건데?"

"그건 나중에 보면 알아요!"

"그래 열심해해 봐, 완성되면 퇴고와 출간은 도와줄게"

이런 대화를 한지 한참이 지났다.


그러던, 또 어느 날 J는 "아빠, 나 책낼 거예요!"

"갑자기?"

"네, 학교 수학동아리에서 일기 형식으로 글을 써서 출판까지 할 거예요!"

"그래? 할 수 있겠어? 네가 좋다면 열심히 해봐!"

이런 대화를 한지 거의 1년이 되어 가던 지난 금요일, 퇴근 후 집에 도착하니 식탁 위에 못 보던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J가 말했던 그 책이 실제로 출간되어 마침내 J가 공저자로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지만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J가 써 내려간 문장마다 본인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글의 생명력'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간결하지만 분명한 메시지.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J의 글들이 그랬다.


<9. 2.(금) 듣고 생각하는 힘>  中에서

관용 선생님의 초롱초롱한 눈빛, 웃음기 하나 없으신 진지한 표정, 관용 선생님은 진지하게 진정한 '배움'을 알려 주시지만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적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우리 학교, 학원, 인강 선생님이 공통으로 배움은 학교 안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있고,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사회생활의 연습을 하고 협동심을 기르는 거라고 공통으로 말씀하신다. 일찍 알았으면 공부가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책에 있는 작가들의 생각, 그동안 만났던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사회에 살아가는 데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야겠다. 삼국지를 보면 유비, 관우, 장비가 나오는데, 유비보다 싸움을 더 잘하는 관우, 장비가 있음에도 유비가 맏형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집중해서 들어주고 공감까지 잘해 줘서가 아닌가 싶다. 나도 유비처럼,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서 '배움'을 더 많이 얻고 싶다.


<9. 3.(토) 영화와 책을 보며 성장한다> 中에서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에서 너무 큰 감동을 하고, <튜브>를 읽었다. 역시 손원평 작가님의 소설은 쓴맛, 신맛, 단맛 그리고 유머 한 스푼까지, 적절한 비율로 어우러져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을 잡았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를 무너트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워런 버핏)'는 말이 되새겨졌다. 박실영이 위로한 "잘 살펴봐요, 지나온 삶을, 엉망이기만 한 삶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해."라는 말이 내 마음도 따뜻하게 감싸 주었다.


<10. 2.(일) 선조들의 지혜(명심보감)> 中에서

명심보감을 읽었다. '지족가락(知足可樂)이요 무탐즉우(務貪則憂) 니라'란 만족할 줄 알면 즐거울 것이요, 탐욕에 힘쓰면 근심이 있을 것이다. ~ 나도 가진 것에 최대한 만족하려고 한다. 옛날에는 다른 친구들이 쓰고 있는 물건을 똑같이 갖고 있어 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잘 쓰고 행복해서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이제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취미 활동을 찾는 중인데 쉽지 않다. 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마냥 어리고 애기 같었던 J가 어느덧 중2가 되었고 육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내뱉은 약속을 끝까지 성실하게 실행한 J 뿐만 아니라 기획부터 출간까지 함께 한 선생님들, J의 친구, 선후배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출간까지 마친 완벽한 결말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책은 온오프라인에서 구매 가능하고, 판매 수익금은 전액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수학 도구, 학용품 등 지원 용도로 기부된다고 합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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