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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n 28. 2023

관계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관계는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세상 살다 보면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최근에 팀을 옮기고 새로운 팀원들을 만나 일을 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새로운 팀원들 개개인의 능력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어디 가든 경력에 비해 뛰어난 능력으로 일을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런 능력차이를 상호보완시켜 팀워크로 만드는 것이 팀장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각 직원들과 팀장인 나와 업무 관계 속에 항상 편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그들도 힘든 경우가 분명 있다. '과연 좋은 게 좋은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솔직히 나는 아직 못 찾고 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만약 직장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니고,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보면 서로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적어도 세상에는 원래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으며 살고 싶다. 또한 아무리 나쁜 사람이더라도 단 한 가지 배울 점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산지 오래됐다. 그랬더니, 아무리 불편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훨씬 편해졌다. 


그래서일까 가끔 예전에 나와 함께 일했던 분(팀장 Leo)이 생각난다. 

항상 그분은 모든 일에 그분의 철학을 담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형이상학적이었다. 철학이라고 해야 결국 일에 대한 그의 신념과 확신이었다. 관행대로 하던 일을 그의 방식대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Trial)를 즐겼다. 나는 그의 철학에 '효율성'을 더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그가 팀장이었고 내가 팀원이었지만, 단 한 번도 갈등(conflict)은 없었다. 그 외에도 강압, 명령, 갑질 이런 종류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일을 했다. 그는 내 의견을 존중해 줬고, 나도 그의 시도를 항상 존중해 줬다. 다른 팀에서는 그런 우리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보기도 했고 때로는 태클을 걸기도 했었다. 


또 하나 오래 함께 일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최고의 팀워크를 갖게 되었다. 팀장은 소위 외부압력이나 부당한 업무를 잘 막아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다. 그 대신 팀원이었던 나는 그가 말로 했던 일들을 재빠르게 뚝딱뚝딱 계획서로 구체화해 줬다. 그의 엉뚱한 상상력과 나의 실행력이 상당한 시너지를 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분명 워크홀릭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 3~4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출근해 혼자 집중해서 일을 하곤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 일이 참 재미있다'라고 느꼈다. 물론 보람도 느꼈다.(지금은 불가능한 얘기다. 그저 그때가 그리울 뿐)


그렇게 일할 수 있었던 건 결국 그분과의 신뢰의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벌써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분과의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팀장으로 일하다 보니, 예전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새로운 팀을 이끌어야 하는 내 상황에서 그분이 이었으면 이럴 때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적어도 일방적일 수는 없을 듯하다.

적어도 서로 존중하고 각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태도가 없다면 완전한 관계는 먼 나라 이야기 일뿐이다. 기분, 감정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반대쪽에 그대로 전달되듯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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