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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n 26. 2023

글쓰기 첫 번째 위기 경보

다시 쓰다 보니 써진다. 쓰다 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첫 번째 위기에  직면다. 

글쓰기가 최근 들어 어렵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찌 된 일인지 주말 내내 곱씹어 봤다.  이유를 찾아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솔직히 이유라기보다는 핑계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 듯하다.  그 핑계들을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1. "시간이 없다"

갑자기 팀이 바뀌면서 새로운 업무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뭐든 새로운 것을 얻거나 직면하면 익숙할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내 성격 탓이기도 하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한 때는 바쁘고 지칠 때 글쓰기를 통해 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효과를 보기도 했었다. 그랬던 시절이 불과 한 달이 채 안 됐다. 지난 6월 1일을 기점으로 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민한 성격일 수도, 업무에 대한 완벽주의 일 수도...... 결국 내 '성격'으로 귀결된다.   


2. "글쓰기 소재가 바닥나기 시작다"

새로운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내 생활 반경이 좁아졌다. 그래서인지 글쓰기 소재가 한계가 있다. 활동 영역이 넓을수록 소재가 다양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아주 거창한 것을 찾는 것도 아니다. 너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것을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강박이 생기기 시작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되는데' 이런 식이다. 이럴 때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은 어찌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매일 꾸준히 업로드하시는 작가님들을 보면 '역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잘 써서 작가가 되는 게 아니고  쓰니까 작가가 되고,  쓰다 보면 글이 늘 까?'에 대한 의문도 생기기도 하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생각은 여전히 갖고 있어 다행이다.


3.  "몸이 피곤하고 아프다"

새로운 업무, 바쁜 일상, 매달 이어지고 있는 해외출장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 얼마 전에 알렸듯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엄지 손가락에 통증이 여전히 있다. 손글씨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나마 타이핑은 가능하다. 타이핑 또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을 듯하여 자연스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과로 탓인지 집에 가면 눈이 스르륵 감긴다. 덕분에 최근에는 불면의 고통은 없다. 다행이라고 안도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지난주 평일 아침, 자고 일어나니 얼굴이 퉁퉁 부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순간 면역이 떨어졌다는 진단으로 항생제를 먹고 일도, 글도 좀 쉬었다. 이제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이 들수록 원인 불상의 통증, 일명 '퇴행성'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으니, 이 또한 삶의 과정이려니 하며 위안을 삼아 본다.




조금 나아진 정신과 육체의 컨디션으로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이 글을 쓰면서 '글쓰기 치유'의 효능을 체험 중이다. 한 여름 같은 무더위 속, 도서관 만한 피서지가 없다.


나 같은 사람들이  꾀나  많다. 폐관시간이 10여분 남았는데 남아있는 건 기말고사가 임박한 중고등학생 보다, 나 같은 중년들이 끝까지 독서 등 뭔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좋아 보이기도 하고, 주말에도 뭔가를 해야 하는 세대들의 모습이기도 하여 반갑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물론 각자 스스로 좋아서 그러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싶다.


잠깐 글이 엉뚱한 데로 흘렀다.  아무튼,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바쁘다는 거, 피곤하다는 거 돌이켜 보니 진짜 핑곗거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한때 직장인들 사이에 유치하지만 '적자생존(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언어유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 내가 그렇다. 뭔가를 쓰면서 생기가 돈다. 이 맛에 브런치를 하는가 싶기도 하다. 글쓰기의  효능, 이 글로 제대로 느낀다. 글쓰기 맛집 '브런치'에  더 많은 분들이 도전해 보시기를......



초 여름, 저녁놀 가득한 일요일 도서관에서 바람아래의 글쓰기 위기 탈출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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