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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n 12. 2023

복 터졌네! 복, 일복

어쩌다 또 대형 프로젝트

며칠 전 갑자기 과장이 나를 불러 옆 팀으로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이유는 가을에 있을 최대 프로젝트를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준비기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일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바로 열흘 전까지 약 5개월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를 마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소 부담스러운 제안을 받았으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가 제안한 분야는 처음 맡아보는 일이라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평소 익숙한 일보다는 새로운 일을 즐기는 편이라 긴 고민 없이 과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나, 막상 전임자로부터 업무인수인계가 끝나고 나니,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과연 하반기 최대 프로젝트를 그것도 처음 접해보는 분야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자문도 해봤다. 그나마 이 보다 더 한 상황에서도 겪어봤기에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적어도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이 업무를 처음 해보는 팀장(나)과 일을 해야 하는 팀원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팀원들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나 이 프로젝트 별로 부담 안되네, 그래서 다들 걱정은 안 해도 돼, 다 복안이 있으니, 각자 역할만 충실해해 줘"


사실 아직 나에게 특별한 복안은 없다. 일단 팀원들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감으로 그들의 불안감을 불식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일은 사람이 한다'는 말, 직장인들이라면 익숙하게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런 호기로운 장담에도 불구하고 막상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파악을 하면 할수록 만만치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이미 결정 된 사안을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 살짝 긴장감이 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정이다.


일단 제도와 규정이 다양하고 복잡했다. 이 많은 내용을 서둘러 마스터하지 않고서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서 주말과 연휴도 반납한 채 '업무 집중모드'에 돌입했다. 세월 탓인지, 이해가 쉽지 않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내 만족일 수 있고, 내 업무 스타일이기도 하다. 내가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는 집중할 수밖에......


그로 인해, 오랜만에 연휴를 기다린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어쩌다 워크홀릭 아빠, 남편을 둔 가족들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일하다 가끔 '이렇게 한다고 한들, 누가 알아주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종종 있다. 신입사원일 때 나, 팀장이 된 지금이나 나의 대답은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적어도 내가 맡은 일은 어떻게든 마무리 하자'는 신념을 갖고 살았다. 그 마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바라는 것은 오직 새로 맡은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는 것뿐. 그래도,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에게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맡긴 것은 그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서 살짝 감도는 긴장감마저 즐겨 보겠노라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업무 집중모드로 전환해 보지만 집중은 잘 되지 않는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지만, 그 시간이 단지 며칠이 될지 몇 개월이 될지 모르기에 답답한 마음은 여전하다. 물론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될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럴 때 일 수록 팀원들과의 Team work이 중요한데, 직원들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데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가 더 노력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밖에...... 아쉽게도 팀원 중에는 정기 인사를 앞두고 두 손 드는 직원들도 나올 것이고, 일부는 끝까지 하겠다는 직원도 나올 것이다. 이 또한 내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단랑 팀원이 2명으로 3년 반을 버틴 적 도 있고, 팀 멤버가 전부 바뀐 경험 도 한 적이 있다. 이번 미션,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나에게는 또 다른 도전, 설상가상 몸과 마음이 100% 완전하지는 않지만 늘 그래왔듯 또 버텨 볼 셈이다. 이 또한 지나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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