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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y 24. 2023

후쿠오카의 잠 못 이루는 밤

달달한 출장길을 고대하지만......

5개월 동안 준비한 출장 첫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자려고 애쓸수록 정신은 더 맑아져 결국 자판을 두드린다.

책상에 앉아 오늘 하루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곰곰이 곱씹어 봤다. 일단, 총 걸음수 구두를 신고 16000보.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인생라멘'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점심시간이 되자 허기가 한계에 이르렀다. 검색 없이 우연히 들른 라멘집. 한국 관광객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일본 현지인들만 있다. 왠지 현지인들만 안다는 맛집일 듯한 기운이 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돈꼬츠라멘을 시켰다. 내 입맛에는 딱 맞는 간이었다. 반쯤 먹었을 때 깨가루를 넣어 먹으니 전혀 새로운 맛이 되었다. 예상대로 맛집이었다. 단 몇 번의 젓가락질과 국물의 목 넘김으로 한 그릇 뚝딱. 식사가 끝나 후 문을 열고 나오니 웨이팅이 더 길어졌다.

이런 순간에 느끼는 그 묘한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해냈어! 내가 찾았다고! 뭐 이런 느낌.


피곤할 때마다 생각이 날 'DIY커피'

빡빡한 일정이 오후에도 이어졌다. 후쿠오카의 오후 하늘은 맑았지만 뜨거운 태양은 이글거렸다. 낮 동안의 모든 공식일정이 끝나고 저녁 시간까지 자투리 시간 카페인이 부족하다고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때마침 별다방이 보인다. 그러나 세계 어디를 가든 그곳은 문전성시.

 

여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아 대신 다른 카페를 찾았다. 일본만의 고풍스럽고 엔틱 한 분위기의 카페. 나이 지긋한 바리스타 여러 명이 연신 핸드드립을 하고 있었다.


녹초가 된 내 몸에서는 평소에는 먹지도 않는  달달한 무언가를 요구해 아이스 카페오레를 시켰다. 진한 커피, 품격 있게 달달한 시럽 그리고 신선한 생우유 한잔이 나왔다. 딱 일본 스타일인듯했다.


각자 취향대로 원하는 양의 커피를 흰 우유에 붓고, 적당히 시럽을  넣어 마시는  형태라 'DIY 커피'라는 별명을 붙여주면 안성맞춤이겠다 싶었다. 만드는 재미는 덤이고 그 맛은 '와 우'소리가 절로 났다. 달달한 걸 잘 안 먹는데 이번만은 예외다. 분 좋은 달달함이다.


이번 출장도 이렇게 달달한 일정으로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아쉽게도 여전히 잠은 안 온다. 그 커피 탓이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당분간 출장 중에는 좋아하는 커피를 줄여봐야겠다. 아예 안마실 자신은 없고 그나마 횟수를 줄이는 것조차도 가능할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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