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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y 15. 2023

아파보니 알겠더라

지금 소중한 것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나 어릴 적 어른들이 늘 하던 "나이 드니까 성한 데가 없네"라는 말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출장 중에 구두를 신고 하루종일 걷고 난 뒤 발에 '족저근막염'이 생겨  치료와 함께 큰 행사를 치르며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손글씨를 괜찮게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모든 문서를 자판으로 타이핑으로 하다 보니 손글씨의 감을 잃기 시작했다. 이제는 몇 줄만 손글씨를 써도 손목이 뻑뻑해지고 글씨는 엉망이 되곤 한다. 그래서 다시 좋은 손글씨를 쓰고 싶어서 얼마 전부터 글씨 교본을 내려받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펜을 잡은 엄지 손가락에 뭔가 불편함이 느끼기 시작했다.


딱히 물리적 힘을 가한 적도 없고 그냥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열심히 손가락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자기 전에는 파스를 발라 보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토요일 아침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었으나 다행히 염증이나 기타 다른 이상 증상은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된 그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그냥 쉬게 해 주라는 의사 소견만 있었다. 손목 및 손가락 보호대를 받아 돌아왔다. 잘 때라도 보호대를 하면서 손을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 뒤로 주말 내내 보호대를 차고 있다. 아무래도 생활하는데 여러 면에서 어색하고 불편하다.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게 보호대로 꼭꼭 묶어 움직이지 않게 하고 있으니,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불편하다. 예를 들면, 차 시동을 걸기 위해 차 키를 돌릴 때, 타이핑할 때, 책을 볼 때 등등


그래서 이제야 알게 됐다.

평상시에는 엄지 손가락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이 어리숙함. 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텐데...... 나이를 허투루 먹었나 보다.


비단 손가락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평상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존재의 감사함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족, 친구, 동료가 그렇다. 그래서, 함부로 대하거나 어떨 때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그런 행동들로 하여금 서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고......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중에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라는 시구절이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 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물건이 당연히 있는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지 되새겨 볼 시간이 필요한 월요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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