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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27. 2023

무한도전 혹은 무모한 도전

글에 온기를 불어 넣고 싶다

작년 가을이었다.

1년 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모두 끝났을 때 계절은 이미 깊은 가을이었다. 4계절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모른 채 시간 흘러 세상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온 세상 아름다운 색들의 향연이 펼쳐질 때 내 마음은 오히려 밀려오는 공허함, 실망감뿐이었다. 대체로 큰 시험을 치르거나 행사가 끝나면 홀가분한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나는 정반대였으니....... 그래서였을까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의 가사가 귀에 속속 들어왔다. 단지 가을을 탄다는 느낌은 아니고 그저 '마음이 허'할 뿐이었다.

  

어느 날 문득 단조로운 생활의 패턴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2023 동아일보신춘문예공모' 기사를 봤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등단을 꿈꾸는 사람들의 등용문으로 글 좀 쓴다는 분들이 응모하는 공모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문학 교육을 받아 본 적도 습작을 해본 적도 없었던 나. 작년 여름부터 가끔씩 메모장에 몇 줄씩 기분 내키는 대로 끄적끄적 해놓거나 가끔씩 백패킹 가서 깊은 밤 산속 텐트 안에서 혼자 감성에 절어 유치하게 짧게 짧게 기록해 둔 게 전부였다.

 

무슨 용기와 자신감이었을까 '그냥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실행에 옮겼다. 그동안 메모해 둔 글들을 모아, 퇴고의 퇴고를 거듭해서  5 편의 창작시를 썼다. 원고를 정성스레 출력해서 봉투에 넣고 등기 부치러 우체국으로 가는 길. 하늘에는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당초부터 당선될 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다. 다만 응모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 신춘문예 응모한 사람이야"라는 자기만족에 푹 빠져지냈다. 주위 친구 중 몇몇은 "대단한데"하며 응원해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결과 발표는 2023년 1월.  발표일까지 기다리는 즐거움이 나를 마냥 행복하게 했다. 1월이 되고 드디어 발표일, 예상했던 대로  당연히 내 이름은 없었다. 아쉬움도 없었다.

   



희한하게 '이거 다음에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좀 제대로 써볼까 하는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무렵, 브런치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브런치를 통해서 많은 작가님들의 글도 보고 나도 많은 글을 써봐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일었다. 브런치 심사는 두 번째 시도 끝에 합격. 드디어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글쓰기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수많은 작가님들이 언급다. 내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글쓰기의 즐거움은 우선, 글 쓸 때 마음이 오히려 편해지고 심란하고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진다. 둘째, 어휘, 표현이 풍부해져서 감성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문장력을 갖게 된다. 아쉽게도 직장에서는 대부분 개조식 보고서  형태이기 때문에 형식적이고 딱딱하다. (그런 종류의 글 자신 있게 쓸 수 있다) 그래서, 이제 나도 '온기'가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다. 셋째, 점차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뭐라도 글을 쓰고 싶어진다.




2023. 4. 27. 기준으로 브런치에 60개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올리면 61번째 글이 된다. 100번째 글을 올리고 난 뒤 '2024 신춘문예'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당선을 위해서 응모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하는 즐거움을 계속 느끼고 싶을 뿐) 그즈음 되면, 문장에 힘이 붙어야 될 텐데...... 아직은 온기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무모하지만 무한한 도전을 해볼까 한다.




지금까지 미숙한 글을 꾸준히 읽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 분발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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