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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17. 2023

'자연'스러움이란

반가운 손님 '황새'가 거니는 곳에는

아내가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2주일이 훌쩍 지났다.

주위의 많은 분들의 기도와 격려 덕에 수술도 잘되었고 회복도 빠르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수술은 수술이다.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아내를 위해, 인근에 살고 있는 처형께서 아내의 몸보신을 위해 토요일 만찬에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그날의  메뉴는 예산지역에서 꾀나 이름난 장어구이.

수술 후 회복 중인 아내를 위한 저지방 고단백 특별식으로 준비해 주셨다. 워낙 지역에서 이름난 집이라 토요일 5시 이후는 예약이 이미 꽉 차있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우리는 평소 저녁보다 이른 4시에 만나기로 했다.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조금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혼잡하지 않아서 차라리 잘 됐다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예당저수지를 따라 이동해야 했다.

그날은 날씨도 맑고 쾌청해 예당저수지의 좌대와 호숫가에는 많은 강태공들이 손 맛을 즐기고 있었다. 목적지인 '의좋은 형제'로 유명한 대흥면에 도착할 무렵 많은 승용차들이 양 길가에서 비상등을 켜고 멈춰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예당저수지 산책로 데크 옆에서 유유히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는 황새 떼들의 멋진 장면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무심코 지나 친 나도 약속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핸들을 다시 돌려 그 장소로 되돌아가서 차를 멈춰 세우고는 그들 사이에서 황새들의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스마트폰에 담았다. 물고기를 응시하며 낚아챌 준비를 하고 있는 황새,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이 순간만큼 자연스러운 게 있을까.


한때 "자연은 사람보호, 사람은 자연보호"라는 구호와 캠페인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날의 황새를 보면서,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저 장면처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황새가 예당저수지에 많은 것은 저수지 수위가 높아 그에 따라 물고기 등 먹이가 많을 것이며 황새들이 머무르기에 위해요소가 없는 안전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물론 예산군청에서 황새 복원 사업을 수년 전부터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그저 그런 환경이 오래오래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들을 좋은 환경에서 마주쳐서 그런지 그날의 장어의 맛은 더 일품이었다.

결국 몸보신은 사실 아내가 아닌 중2 아들이 한 듯하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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