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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l 12. 2023

7월의 아침바다

아들이 선물해 준 시간

토요일 아침, 6시가 되자. 아들 휴대폰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려댄다. 그러나 중2 아들은 미동도 없다.


아들은 오늘 학교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서울에 가서 연극을 보고, 서대문형무소 역사현장을 방문하는 날이다. 그래서 6시에 일어나 서울에 갈 채비를 해야 했다. 겨우 눈 비비고 일어난 아들은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그 시각 겨우 7시.

다시 잠자리에 들기에는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하다.

우리는 바로 집에서 50분 거리의 바닷가로 향했다. 이유는, 가끔씩 생각나는 굴해장국을 먹기 위해서였다.

한 여름에 무슨 '굴'요리일까 싶지만. 사각사각한 콩나물 가득한 전골에 굴, 그 위에 청양고추가 송송 들어간 그 해장국의 시원한 국물의 맛은 어느 계절이든 생각나는 맛이다.


평소 밥 한공기도 다 먹기 버거워하는 우리는

이 집에서 만큼은 달랐다. 공깃밥 하나 추가. 추가로 나온 밥을 반씩 뚝딱 나눠 먹고 나서야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우리는 전골냄비의 국물을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해치웠다.


배는 부르고 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커피를 내려 인근 바닷가로 차를 돌렸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라 그런지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말을 보내러 온 한 두 가족이 이른 아침 바닷가에서 유유자적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름이 오는 길목의 바닷가, 물안개와 구름이 가득하다. 그래서, 오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공기는 신선하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갯바람에 바다향이 물씬하다.


썰물에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한적한 바닷가의 정적을 깨운다. 몇몇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또 한 번 세상을 깨운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웃음소리가 사람들의 삭막한 마음을 깨운다.


이 바다는 올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7월의 바다는 더 그런 듯하다.

아침과 저녁

밀물과 썰물

낮과 밤

맑은 날과 흐린 날


오늘은 2023. 7. 8.

아침, 썰물, 낮, 흐린 날의 바다였다.

또 하나의 추억이 썰물 아닌 밀물이 되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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