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가끔은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by 바람아래

언제부터인가 '불멍', '물멍'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들린다.'멍 때리기'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멍'이라는 단어의 (우리말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라고 나온다.


일본어에서도 이런 비슷한 단어 '보께또(Boketto : 무념무상으로 먼 곳을 바라보기)"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멍'류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는 달멍, 별멍이 있다. 주로 밤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평소 거주하는 아파트나 동네에서는 요즘 달은 볼 수 있으나 밝은 별들은 보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별멍, 달멍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자연 속으로 가야만 완벽한 멍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어 발품을 팔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그런 멍을 즐기는 이유는 일상에서 너무 많은 생각이 나의 몸과 마음을 붙잡는다. 그저 단지 나의 뇌에게 쉬는 시간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공간 특히 자연 속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밤하늘의 별과 달빛이 주는 위안이 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대할 때면 경직되어 있던 뇌로부터 마음, 몸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맑은 날의 산속에서는 별멍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이 또한 그리 쉽게 기회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그래도 별멍, 달멍하러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런 곳에 가는 이유는, '오늘은 별도 달도 볼 수 있겠지'하는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설렘만으로도 이미 엔돌핀이 나오기 시작한다.


얼마 전, 중국 항저우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랜만에 간 중국인데 마침 둥근 보름달이 서호를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간만에 도심지에서 달멍을 했다.


그날 운이 좋았는지 대기도 맑고, 달은 밝았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달 사진 촬영도 시도해 봤다. 그렇게 그날의 달멍도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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