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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l 29. 2023

아저씨들의 수다

니맘 내맘

드디어 고대하던 완전체 팀 구성을 마쳤다. 멤버 구성을 마치면 조금 여유가 생기겠지 기대했지만, 나의 바쁨은 여전하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폭우로 몸은 더 지쳐간다.


이런 바쁜 일상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글도 못쓰고, 구독하고 있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오늘 아침 무념무상으로 출근. 친한 동료들과 모닝커피를 마시고 자리에 앉자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감'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더운 날씨 탓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몸에서 좀 쉬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계획조차 없었던 휴가를 무작정 냈다. 단 2일. 그 마저도 지금 아니면 연말까지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새로 온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물론 팀원들에게도 계획했던 휴가를 가라고 했다. 그때 선임 팀원이 "팀장님 가서 좀 푹 쉬세요! 그래야 충전하고 파이팅 하시죠!" 하며 인사를 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웠다.


되돌아보면, 지난 6월 1일 이후 지난주까지, 팀이 완전체가 되지 못했다. 거의 2달의 시간을 불완전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았던 듯 완전체가 되고 난뒤 슬슬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렇게 피로감이 나를 하루하루 무력하게 했다.

그동안 아무리 바빠도 한 편의 글이라도 쓰곤 했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에는 브런치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었다. 무력함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금요일, 직원들을 보내고 맨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간단히 저녁을 먹자마자, 바로 옆 아파트에서 사는 동료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어지는 신세 한탄. 전화로는 부족해 옆집 아저씨와 벤치에 앉아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동료와 나는 장마철 성난 모기들의 맛깔난 금요일 만찬거리가 되는 줄도 모르고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는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고 한다. 일도 바쁘고 갑갑해했다. 그러는 동안 연신 담배를 피워댄다. 안타깝게도 그 또한 나와 비슷한 증상이었다.


답도 없는 이야기를 마치고 그는 그의 집으로,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은 채 홀로 산책을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았을 때 이번에는 옆 단지에 사는 또 다른 친한 동료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다짜고짜 내 위치를 묻고는 나를 따라왔다. 속으로 '다들 사는 게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만에 만난 그 친구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할 말 또한 가득해 보였다. 누가 먼저라도 할 것도 없이 자주 가던 에스프레소바에 갔다. 요 며칠 지역에서 논쟁이 있는 이슈와 관련이 있어서 휴가 중에 조기 복귀했다는 말과 한숨부터 내 쉰다.


사무실 이야기부터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까지  다양한 주제로 한 여름 무더운 금요일 밤을 수놓았다. 어찌 되었든 나 보다 쌓인 게 많아 보였다. 쓰디쓴 에스프레소처럼 다들 씁쓸해 보였다. 그래서 내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불금을 근심 가득한 동료들과 수다 삼매경 빠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이야기 또한 밀어내고...


희한하다. 그러는 사이 나도 충전이 되었다. 정신이 맑아지자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리고 결국 쓰고 있다. 다시 쓰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여보게들 기운 냅시다!!"


2023. 7월. 금요일 밤의 테라스에서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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