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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n 19. 2023

6월 단상

자연의 일부가 되기 좋은 계절, 6월

갑자기 바뀐 업무, 그로 인해 쉴 새 없는 일상. 몸이 지칠 대로 지쳐, 몸 이곳저곳에서 신호를 보낸다.
며칠째 구내염으로 말할 때는 물론 식사할 때도 바늘로 찌르는 듯 한 고통이 며칠째 이어졌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다. 피로가 쌓여가니 몸에서 쉬라는 신호다. 피로가 쌓이고 몸이 지치면 우리 몸의 면역은 약해지고, 그로 인해 내 몸 어디선가 염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자연에서 하루 밤은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금요일 서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충남 서천으로 차를 돌렸다. 몇 주 전부터 잡혀있던 약속도 있었지만, 숲 속에서의 하루 밤을 기대했다.


거의 밤 8시 30분이 되어서야 약속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사람들이 정말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그것도 신록으로 가득한 숲 속에 자리한 지인의 작업실 앞마당에서 장작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한쪽에는 서천의 명물 갑오징어, 꼴뚜기, 참소라, 도미회가 한상 부러질 듯 차려져 있었다.


뒤늦은  저녁 허겁지겁, 쫀득쫀득한 갑오징어회를 욱여넣자,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리고 웬만한 성인 엄지 손가락보다 크고 속이 알로 꽉 찬 꼴뚜기와 씹는 맛과 바닷물의 짭조름함이 궁극의 조화를 이루는 참소라를 숯불에 구워 먹었다. 허기 때문이 아니라, 제철 산해진미를 산지에서 먹는 그 맛은 단연 최고가 아닐 수 없었다. 정신없이 먹고 배가 살짝 부르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사람들 얼굴이 한 명씩 눈에 들어왔다.


만나면 밤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반갑고 편한 사람들. 일하는 분야는 달라도, 각자 맡은 분야에서는 진심인 사람들. 술을 안 마시는 나는 그들과 음료수 잔으로 분위기를 맞추지만 기분은 이미 취해 버렸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를 격려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평소 야식을 아예 입에도 안대는 나는 그날 만은 예외였다. 밤 11시가 되니, 이제 식사(?)를 해야 한다며 지인이, '오징어 먹물 칼국수'를 끓였다. 해산물로는 배가 차지 않는다며 시원한 칼국수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오징어 칼국수 자체도 맛이 있지만, 이 좋은 자연 속에서 좋은 분들과 먹으니 그 맛은 더할 나위 없었다. 밤 12시가 되어가니 한 사람씩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다 같이 장소를 정리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너무 즐거운 시간이 이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하고 내가 그들을 배웅(?)한다. 내가 손님인데 내가 그들을 배웅을 했다. (그곳의 주인인 지인에게 사전에, 그곳에서 혼자 야영을 하기로 양해를 구했다. 경치가 아름답고 멋진 숲으로 둘러 쌓인 그곳은 밤에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이라 하룻밤 힐링 장소로 제격이었다.)


그들을 모두 보내고, 그곳에는 나 혼자 남았다.

그때부터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되었다. 들려오는 건 인근 어느 촌노의 집에서 들려오는 짖어대는 견공 소리뿐이었다.


미리 쳐둔 텐트에 누워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누워서 감상을 했다. 학창 시절에 즐겨 듣던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들으니 그 보다 완벽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새벽 2시까지 별밤을 즐기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밤사이 나뭇가지에 내린 이슬이 텐트에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비처럼 들려 눈을 떴다. 텐트 출입구를 열자 상쾌한 아침 공기가 코를 타고 몸속으로 전해져 뼛속까지 시원했다.


6월 신록이 주는 녹색의 향연에 가슴 설레기도 하고,

이슬 먹은 초록이 선사해 준 싱그러움이 영혼을 맑게 하는 토요일 아침. 모닝커피를 더하니 몸 안의 염증(炎症) 뿐만 아니라 지친 삶의 염증(厭症) 마저 한 방에 날리는 듯 한 기분이다.


6월의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어느새 나는 그렇게 녹화(綠化)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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