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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ug 03. 2023

삶의 일부가 된 커피

Coffee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커피와 시작하는 일상

출근을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하는 일은 커피머신으로 아메리카노를 내리는 일이다.

아침부터 바쁜 스케줄이 아니면,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를 만나 이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나는 장이 좋지 못한 편이라 이 무더위 속에서도 '뜨아'를 마시는 편인데,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가끔은 '아아'를 마시기도 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일명 '뜨아아'(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 몇 덩어리 넣어 너무 뜨겁지 않게)  형태를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모닝커피, 점심 식사 후 한잔, 나른 한 오후 머리에 아무 생각이 없을 때 한잔. 보통 3잔 그리고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2차 대신 에스프레소 한잔을 더 마신다. 주위 몇몇 사람들은 밤에 커피를 마시면 아예 잠을 못 잔다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 카페인과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커피에 대한 호기심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는 서울에서 살던 이모가 있었다. 서울에서 나름 부유한 집으로 시집간 이모가 가끔 우리 집에 내려 올 때면 병에 든 맥스웰 커피(파우더), 프리마, 설탕을 가져왔다. 그때마다 어른들만 마시는 커피의 맛과 향이 궁금했었다. 평소 "애들은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져!" 하면서 커피를 못 마시게 했던 이모는 내가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 내게도 커피 한잔씩을 주곤 했다. 그때 마셔본  달달한 커피 한잔의 맛과 향이 너무 좋았다.


커피 마니아가 되기까지

대학에 가서는 공강 시간에 마시던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다 마시고 난 종이컵으로는 일명 '컵차기'를 할 수도 있어서 100원으로 족히 30분은 때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별다방 매장이 들어오기 전(아마 2000년 이전)에 필리핀 마닐라 De La Salle University 인근 별다방 매장에서 인생 첫 '프라푸치노'를 마셨었다. 그 당시 세상에 이런 맛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큰 감동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커피를 별생각 없이 그냥 마시다가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직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바리스타 강습 프로그램이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 커피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함께 모여 커피를 배우고 즐기면서 커피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주말 아침은 단골 매장에서 사 온 다양한 원두를 수동 그라인더로 갈아 드립을 해서 한잔씩 마시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수동 분쇄기로 직접 분쇄할 때마다 느낄 수 있는 갓 볶은 원두의 향이 코를 통해 온몸으로 전달될 때의 행복감은 또 하나의 삶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함께 즐겨주는 아네의 '향 좋네!' 이 한마디로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날리기도 한다.


커피와 기후변화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서 커피 관련 여러 서적을 읽기도 했다. 그중에서 페테 라파넨*라리 살로마의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가 인상적이었다. 요즘처럼 지구 어느 한 곳에서는 폭염, 또 다른 곳에서는 홍수가 발생하는 이런 기후변화를 일상에서 볼 때마다 그 책이 생각나곤 한다. 갑자기 커피와 기후변화가 무슨 상관일까?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커피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면서, 특히 Specialty 등급의 고품질 커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콜롬비아 등 전 세계 커피 생산지역이 기후 변화로 점차 줄어든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담았다. 커피 소비 증가가 생산 증가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2050년이 되면 지금처럼 커피를 마시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사람들의 입맛은 고급화되고 있어서 이를 어찌하겠나 싶기도 하다.


커피 보다 더 향기로운 사람들

커피의 맛과 향 이외에도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커피를 마시는 환경이다. 카페마다 다른 물리적 환경(위치, 인테리어, 분위기, 안락함 등)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와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서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내가 사는 곳은 지방의 작은 신도시, 이제 인구가 5만 명이 될까 말까 한 정도의 작은 지역이다.  이곳에 커피에 진심인 분들이 있다. 직접 원두를 엄선하고,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다.


이곳은 나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도 단골로 다니는 곳이기도 한데 이곳이 딱 그렇다.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바리스타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커피에 대한 다양한 맛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커피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곳.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더 생각나는 카페다. 특히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크리미 라테'는 몇 년 전 시판하기 전에 나도 테스터로서 맛을 평가해 줬던 터라 더 정겹다. 부부가  운영을 하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은 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지역에 더 큰 매장을 새롭게 오픈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할 정도로 이미 지역에서는 커피로 이름이 났다.


오랜 기간 단골로서 지켜본 내 시각으로 성공요인을 몇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역시, 커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다. 항상 새로운 원두에 대한 철저한 테스트와 분석을 한다. 연구하는 자를 이길 방법은 없다.


둘째는 커피에 대해 진심이다. 맛에 대한 자신감은 기본이며 맛 외에도 네이밍, 디자인 등 브랜딩의 성공이다. 이곳의 이름은 '000 Coffee Lab'이다. 일반적으로 '~~ 카페 또는 커피숍'으로 하는데 이곳은 'LAB'이다. 늘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그런 노력은 전부 '자신감'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디테일이다. 컵이나 플레이트 등 계절과 메뉴에 맞게 서빙을 한다. 커피 한 잔, 길어야 30분의 시간이지만 소비자로서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곳.

Winter season

끝으로, 끊임없는 도전이다. 두 개의 매장이 안정적으로 정착을 한듯하다. 이제 그들의 꿈이었던 커피 아카데미를 개원한다고 한다. 취미반, 전문가반을 운영할 자격을 이미 획득했다. 이런 노력이 있었으니 좋은 결과가 반드시 있디 않을까.


Testimonial

나뿐만이 아니다 "별다방 보다 여기 커피가 훨씬 제 취향입니다"라고 했던 동료, "다른 매장 오픈하면 여기 매장은 없애는 거 아니에요? 제발 없애지 말아 줘요"하며 애원했던 동료를 보기도 했다. 또한 "서울에서 이런 맛을 내는 카페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어요"라고 했던 처제의 말도 생각나곤 한다.


Recommendation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얼음을 가득 채운 투명 글라스에 Ethiopia Yir. Banko Gatiti 원두로 내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추천한다. 연일 이어지는 불가마 같은 날씨에는 적당한 산미와 베르가못, 라벤더, 플로럴 향이 강한 원두로 내린 커피는 축 쳐진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시원하고 달달함을 원한다면 '크리미 라떼'를 추천한다.


내가 사는 이곳, 시골이지만 서울의 여느 카페 부럽지 않은 High-end 커피가 있다. 커피를 진심으로 만드는 분들이 있고, 동시에 그런 커피를 맛나게 즐길 줄 아는 사람들... 그 중에 나도 포함 되어 있으니 일상이 커피 향 처럼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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