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못지않게 무서운 말. 말. 말

세 치 혀 잘 못 쓰면 흉기가 된다.

by 바람아래

요즘은 뉴스를 볼 때마다 오늘은 어떤 충격적인 소식들이 가득할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워낙 잔인하고 무서운 사건사고들이 연일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퇴근 후나 주말에 산책이나 운동을 할 때마다 나도 주위를 한 번씩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운동할 때마다 즐겨 듣던 음악도 요즘은 듣지 않는다. 게다가 열심히 내 페이스대로 운동을 하다 앞에 여성분이 있으면 다른 산책로로 우회를 하거나 최대 속력으로 추월을 하게 된다. 여성분들도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면 예전과 다르게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뒤를 한 번씩 보는 경우가 훨씬 많이 늘었다. 이런 상황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불편하게 한다. 안타깝지만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그게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그처럼 뉴스에서 보는 흉기로 인한 무시무시한 뉴스도 충격이지만 최근에 남들 얘기 인 줄만 알았던 충격적인 일이 내게도 생겼다. 일명 '카더라'식 루머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래서 담담히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평정심을 갖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내고 있다. 루머는 원래 아주 사소한 일이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특성이 있다. 대부분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군더더기가 더 많이 더 쉽게 붙기 마련 인다.


그런데 막상 헛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보니, 아무리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해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어이도 없고 근거 없는 소문을 전파한 사람이 누군지도 아는 상황이라서 분한 마음에 짜증도 나기도 한다. 막상 찾아가 '당신 왜 그런 말을 지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했냐'라고 따져 묻기도 하고 싶지만 직급이 깡패라고 선뜻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미셀 오바마가 말한 것처럼 "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말이 문득 떠 올랐다. 누군가에 대한 헛소문을 만들어내는 그런 저급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낮은 수준의 인식에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머를 친한 동료를 통해 처음 전해 들었을 때 몸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직장생활 20년 만에 처음 이런 일을 겪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오랫동안 주위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들이 오히려 더 어이없어하며 황당해했다. 그나마 그들의 많은 격려덕에 전혀 흔들림 없이 버텨내고 있지만, 처음 그 얘기들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분노와 짜증에 몸서리쳐진다.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나타난 증상으로는 일단,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그게 지속되면 불면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자신감이 뚝 떨어진다. 열심히 하던 일도 '내가 지금 이거 뭐 하는 짓이지'하고 묻게 되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셋째, 입맛이 없어진다. 뭘 먹든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동안 잘 못 살아왔나?' 하며 자문하게 된다.


물론, 살면서 모든 사람이 나를 다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같은 부서에서 같이 일을 해본 경험도 없고, 커피 한 잔을 함께 마셔본 적도 없는 그저 오가며 겨우 눈인사 정도 하는 사람이, 나에 대한 '카더라'식 루머를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분명한 건 나는 그런 사람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혀 관심이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는 그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런 저급한 사람의 짧은 세 치 혀로 내 삶을 평가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쾌할 뿐이다.


말.

칼 못지않게 무섭고 아프다.


<대문그림 "ET and Balenciaga Phone Home" by Katherine Bernhar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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