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카페에서

삶, 다른 듯 비슷한 듯 결국은...

by 바람아래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나. 사회생활 초년 시절에 꿈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나도 유럽에 가서 멋진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도 마시고, 사람들과 대화도 나눠 보겠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그로부터 20년 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물론 그 사이 유럽에 갈 일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그리던 꿈을 이룬 적은 없었다. 빡빡한 일정도 일정이지만,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근에 유럽 갈 일이 잦았다. 다행히 날씨도, 일정도 딱딱 들어맞는다.

모든 일정을 마친 마지막 밤. 초저녁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여독을 풀며, 에스프레소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길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별다른 대화는 없어도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내 모습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또한 솔솔 했지만 다른 듯 비슷한 듯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 위안의 시간을 가져본다.




반대편 테이블에서 홀짝홀짝 한 모금씩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을 음미하면서 마주 앉은 채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 신사와 금발의 여인의 모습이 참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연인이 별 말이 없이 앉아 뭐가 그리 행복한지 눈망울에서 그들만의 사랑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우리 테이블 바로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각양각색.

오랫동안 여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 누군가는 지쳐 보이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나온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할머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갖 멋을 부리고 나온 10대 소녀들, 뭐가 그리 좋은지 우르르 떼 지어 장난치며 돌아다니는 아이들, 긴 금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젊은 여인들이 연이어 지나간다. 다들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대충 봐도 여든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할아버지의 한 손에는 빨간 꽃 한 다발이 쥐어져 있다. 할머니 또한 빨간 드레스, 햐얗고 긴 머리 위에 창이 긴 모자를 쓰고 목에는 진주 목걸이로 치장을 했다. 두 분의 표정은 이제 막 썸을 타기 시작한 젊은 연인들 못지않게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그 장면을 본 동료는 "저분들 지금 막 썸 타기 시작한 분들 같아"하고 미소를 지었다. 진짜 썸을 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연세에도 어쩌면 그렇게 분위기 있고 멋질 수 있을까 하며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적도 필요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 그 썸을 따는 노인분들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이 결코 실종되지 않은 삶.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명쾌하게 사랑이라고 답할 수 있는 그런 삶. 참 멋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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