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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Sep 11. 2023

별 하나의 사랑

남자들에게 첫사랑의 의미

흥건하게 취기가 오른 친구가 어렵게 말을 이어 갔다.

사춘기 청춘, 세상 전부였던 그의 그녀,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된 그의 첫사랑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는 그의 말에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매번 어둡고 근심 어린 그의 표정, 만날 때마다 세상 풍파 혼자 다 짊어지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기운에 겨우 의지해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그 긴 시간을 오롯이 혼자 버텨 온 친구, 이 세상 어디에도 그녀의 빈자리를 기억하는 건 친구의 가슴뿐이었다.


누구에게나 한번 즈음 있을 법한, 가슴 시린 첫사랑 이야기. 어떤 이에게는 달콤 한 추억이겠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가슴속 아픔이 되기도 하는, 참 알 수 없는 사랑.

그래서, 누구에게는 첫사랑이 끝사랑이 되고야 마는, 유독 그에게만 참 비정한 사랑.


친구에게 그의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세상을 보며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왜 그렇게 인생을 버겁게 살아가는지.


오래전, 모범생이었던 그가, 루아침에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과 담쌓은 듯 돌변한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 때가 있었다.


이제야 알게 됐다. 왜 그랬는지.

그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아무것도 못 알아챈 나.

밀려드는 미안함이 오늘에야 그에게 닿았다.  


초가을 이슬이 내려앉은 새벽, 하얀 둥근달아래

혀꼬인 목소리로 '보고 싶다'를 연발하는 그.

목소리의 울림으로 느껴지는 그의 솔직한 감정, 술주정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그의 뜨거운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

윤선미 작가의 에세이 <일상감성 中 마음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마음에는 여러 개의 작고 오래된 방이 있다. 그 방들에는 각각 주인이 있다. 누군가 새롭게 만나면 내 마음에다 그 사람의 방을 만든다. 방 주인이 떠나도, 새로운 방이 자꾸만 생겨나도 없어지거나 좁아지지 않는 그런 방이다"

친구에게도 그녀가 그의 마음속 방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나 보다.


이제는 그의 두 번째 사랑을 위해 더 크고 튼튼한 마음의 방이 필요해 보인다. 더 예쁜 방을 만들어서 별이 된 첫사랑에게 못다 한 그의 남은 사랑까지 더해 훨씬 아름답고 온전한 사랑을 위해서라도.


새벽, 세상이 잠든 시간, 모든 인공의 불을 끄자 밤하늘에 은하수가 쏟아진다. 마치 그녀 별빛 되어 그의 눈을 비추듯.


그날의 새벽 별은 왜 그렇게 유난히도 밝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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