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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Dec 26. 2023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입맛이 다른 것뿐이지...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다.

얼마 전에도 짧은 일정으로 유럽에 다녀왔다. 출장이 많다 보니 처음 가는 곳도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빨리 일정 마치고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늘 '짧고 굵게'를 외치며 출장길에 오른다.


대체로 출장 갈 때마다 현지식을 주로 먹는 편이기는 하나 동행한 직원들에 따라 메뉴가 바뀌기도 한다. 나이가 드신 윗분들이나 현지식을 낯설어하는 직원들과 동행하는 경우에는 1일 1 한식당을 찾기도 한다.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든 한식당이 있다. 그런데 나라에 따라서는 한식당 음식값이 현지식 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많다.




2006년 즈음 처음 해외 출장을 간 곳은 중국이었다.

첫 해외출장에 설레기도 했다. 그래도 중국 하면 '음식'의 나라 아니겠는가.


산해진미 가득한 중국 음식에 기대감이 컸다. 금빛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중국 식당에서 처음 먹는 음식은 강한 향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비유가 약한 편이라 낯선 음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첫 해외출장 중이어서 그런지 각종 향이 나는 중국 음식을 큰 거부감 없이 잘 먹었다.


두 번째 해외출장도 중국이었다.

이미 한번 겪어본 중국음식이었기에 자신감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성의껏 마련해 준 음식에 손이 가질 않았다. 현지에서는 최고급 식당이었고 첫 번째 출장에서 나름 맛있게 먹었던 중국 음식인데 그 음식 냄새를 두 번째부터는 위장 속에서 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나 스스로도 무척 당황스러웠다. 준비해 준 주최 측의 성의를 봐서 뭐라도 맛있게 먹어야 될 것 같아 옥수수 주스(옥수수로 즙을 내 걸쭉한 음료, 마치 두유랑 비슷함)만 연신 들이키거나, 향이 강한 육류 요리보다는 비교적 향이 덜한 해산물 요리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그 뒤도로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도 향이 강한 음식에는 코부터 반응을 해, 결국 젓가락을 든 손을 마비시킨 듯 전혀 움직임이 없게 했다. 그래도 육류 빼고는 해산물, 야채류 등은 잘 먹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 일본에도 자주 출장을 가곤 한다. 일본에 가서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낯선 음식은 구마모토에서 먹어본 '바사시(말고기회)'였다. 맛이 이질적이거나 거부감은 없었다. 대체로 일본에 갈 때는 음식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메뉴(초밥, 야끼니꾸, 돈가스 등) 들이 많아 즐겁기도 하다.


해외 출장을 수없이 다니고 있지만 현지 식을 일부러 찾는 편이다.


음식이야 말로 그 나라의 '문화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 음식의 유래 그리고 음식을 먹는 방법 등 음식에는 각 나라마다 그들의 역사, 습관, 예의 그리고 삶이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그들과 그들 문화를 이해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다녀 본 나라들은 중국,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독일,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스위스, 러시아, 덴마크, 우즈베키스탄, 미국 등 17개국이 넘는 듯하다. 각 나라마다 음식맛은 제 각각이고 중국, 우즈베키스탄처럼 향이 강한 음식이 있는가 하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짭짜름하거나 일본 음식은 다소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맛이 우리와 다르구나!'라고 느끼며 마주 앉아 맛있게 먹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고 노력한다.  


'향이 강하다, 맵다,  짜다, 느끼하다, 싱겁다' 이는 먹는 이들의 가장 주관적인 감각이다.

우리들은 그저 한식에 익숙해져 있을 뿐 각 나라들의 음식이 맛이 없는 게 아니다. 느끼는 게 다를 뿐.

더구나 출장길에 주최 측에서 제공해 준 음식들, 그들이 정성것 준비해 준 음식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즐겨주는게 기본예의다.


얼마 전 유럽 출장길에 동행한 한 직원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서 하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는다.


"이번 출장 중에 먹은 음식은 다 맛없었어 맛있는 게 한 개도 없었어!  심지어 귀국길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도 왜 이렇게 맛이 없냐!"


'엥! 이건 무슨 소리지! 출장 내내 잘만 먹던데...'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프랑스 Boeuf Bourgignon과 양파스프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다름을 이해하는 것 그중에서 제일 어려운 게 '입맛'이다. 물론 혀는 죄가 없다. 다만, 간사할 뿐.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우리 입맛이 다른 거지...

 
♥ 해외에서 음식 주문 시 고려하는 것 ♥
 1. 스테이크 주문할 때 한우처럼
     살살 녹는 소고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방목을 해서 고기가 대체로 질김)
 2. 중화권 - 향이 강한 게 부담스러우면
     육류보다는 해산물, 채소볶음 등 주문
 3. 유럽 - 주 메뉴에 샐러드는 항상 추가
 4. 동남아 - 고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고수는 빼달라'라고 요청
 5. 고기요리가 애매하면 닭고기를 시킨다.
     (닭요리는 어느나라에서든 부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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