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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Nov 30. 2023

헤어질 결심

뜻밖의 작별인사, 아쉬움 가득...

 매일 보던 직장 내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너무 바쁜 일상 탓에  그 친구를 한 일주일 정도 보지 못했다.

그사이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그만둔 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 사실 확인을 위해 친구를 만났다. 만나서 다짜고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00야, 이제 직장 그만둔다'라고 했다. 일명 명예퇴직이었다.


주위 또래 중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나에겐 무척이나 낯설었다. 그냥 참고 버텨내면 정년이 보장된 직장에서 낯선 상황이었다. 아쉽지만 그 친구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고민을 하고 결정했을지 그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거의 20여 년을 주말 부부로 생활한 친구, 주중에는 임대숙소에서 홀로 그렇게 오랫동안 가족들과 별거를 하면서 힘들었을 친구의 결심을 막을 길이 없었다.


꼼꼼한 그의 성격상 그냥 막무가내로 직장을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역시나 그의 성격대로 나름의 계획을 다 짜놓고 있었다. 올 연말까지 휴식을 취하며, 그동안 못했던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의 역할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내년부터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을 획득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늘 책임감 있는 그의 태도와 성품을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직장, 좋은 위치의 관리자로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런 좋은 제안도, 그냥 수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평생 한 분야에서 일하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관리자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그 대신 역으로 '최소 1년 정도 평사원으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면 1년 뒤부터는 원래 제안대로 관리자의 위치에서 일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배부른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field부터 알아야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다는 그의 올곧은 성격 그대로가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 친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내게는 각박한 생활 속 위안이 되어준 존재였는데, 너무나도 아쉽다.

가뜩이나 직장생활에 회의가 느껴지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지냈던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

 

언젠가 나도 이 직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마음 같아선 나도 이  뻔한 직장생활을 빨리 청산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싶다. 현실 여건이 그렇지 못하니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서는 이미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렇게 절친마저 떠난 상황, 그나마 무미 건조한 직장생활을 버티기 위해 나 또한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맡은 분야의 일이 더 이상 내게는 설레지 않는다. 힘들겠지만 안 해본 분야, 새로운 분야의 업무를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다. 그래야, 이  생각 저 생각 안 들고 일에 미쳐 성취감도 느끼고 동기부여도 될듯하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을 채워야 직장에서 외롭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떠나는 친구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인사말은 반드시 전하고 싶다.

"고생했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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