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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Sep 04. 2023

음악으로 추억여행

그 옛날 그 음악, 그 감성 그대로

주말 밤 고등학교 때 친구들 나를 포함한 3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참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 꽃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각자 본인들 스스로가 힘들게 살아왔다고 경쟁이라도 하듯, 이야기 봇다리를 풀어놓았다.


밤이 깊어가면서 이야기가 무르익자 한 친구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다. 갑자기 흘러나온 'Gerard Joling – Ticket To The Tropics' 순간 함성이 터져 나온다. "야, 이거.. 오랜만에 듣는다!, 제목이 뭐였더라..." 가물가물한 제목이었지만, 낯익은 첫음에서 동시에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당시,  무슨 가사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던 기억이 많다. 그때부터 한 명씩 돌아가며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를 틀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이 노래 한 곡이면 끝장이겠구나 싶어 추천한 곡은 'Garry Moore - Stll got the blues' 강렬한 일렉기타로 시작되는 명곡. 곡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우와' 소리가 연발이다.


그날밤에 우리를 청춘 시절로 소환한 플레이리스트들:

Bon Jovi - It's my life, Runaway

Sarah Mclachlan - Agnel

SteelHeart - She's gone

김지연 - 찬바람이 불면

변진섭 - 홀로 된다는 것, 너에게로  또다시

들국화 - 사랑한 후에

The Phantom of the Opera O.S.T

Glenn Medeiros -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포지션 - Remember

야다 - 이미 슬픈 사랑

015B - 신일류의 사랑

등~


추억의 음악으로 도취된 우리들의 옛날이야기는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뜨거웠다. mp3도 없고, mymy로 카세트테이프로 즐겨 듣던 시절. 정품을 사기엔 용돈이 부족했던 우리들은 학교 앞, 레코드샵에서 불법복제한 테이프를 사서 즐겨 듣곤 했다. 그 시절 조금 부유하게 살던 친구들 집에는 국산 Inkel이나 태광 Eroica의 턴테이블(전축), 또는 최신 더블데크카세트(스테레오나 돌비기능이 처음 들어간)가 있었다. 그런 부유했던 친구들은 집에서 자기 들만의 플레이리스트로 직접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선물로 주곤 했었다. 나도 같은 반 친구에게 'N.E.X.T의 날아라 병아리, 민물장어의 꿈' 등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들은 그 당시 멀리 공주에 있는 학교로 유학온 학생들이었다. 객지에서의 생활은 낯설었다. 그때 공주 시내에는 '객석'이라는 음악다방이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던 2~3학년 선배들이 DJ를 보기도 했고, 나중에는 친구 중 1명이 DJ를 보기도 했었다. 가끔씩 주말에 친구들과 들러 오렌지주스를 시켜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때 자주 신청했던 신청곡은 Roxette의 It must have been love, Air supply의 Without you, Here I am, Stevie Wonder의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Beatles의 Hey Jude, Let it be, 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 Bohemian Rapsody, Abba의 Dancing Queen 등이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학교 앞 레코드샵에 대한 추억도 갖가지였다. 그 당시 그 가게에서 일하던 미모의 여학생(딸인지, 동생이었는지 모름)을 보기 위해 일부러 자주 갔던 기억, 자기만의 플레이 리스트로 불법복제한 테이프를 근처 여고에 다니던 짝사랑했던 여학생에게 전달했던 사연, 그 레코드샾이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식당이 되었다는 소식, 그 외에도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사연을 보내 2번이나 소개된 사연 등 그 순간만은 30년 전  순둥이 고등학생들로 되돌아 가 있었다.


피곤하게 살아온 얘기보다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세상에 맞짱 한 번 떠보자고 호기가 넘치던  고교시절로의 추억 여행으로 삶에 찌들어 있던 친구들과 나. 이 순간만은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왔구나'하며 서로에게, 또는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시간이었다.  

멍은 덤!


<대문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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