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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ug 12. 2023

그녀가 남겨준 여름 바다

8월 이맘때 바다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사람들은 광복절 샌드위치 연휴를 이용해 떠나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바닷가를 많이 찾는다.

이번 여름은 여느 해 보다 무덥고 뜨거웠다. 그래도 입추, 말복이 지나고 태풍이 지나간 금요일의 밤은 선선하다. 지난주까지 불볕더위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며칠 만에 자연은 그렇게 또 변해있다.

그렇지만 아직 한낮의 더위는 여전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가르쳐 준다. 때로는 위대함을 때로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비, 바람, 눈을 재난급으로 뿌려대기도 한다. 특히, 광복절 무렵에는 바닷가 물놀이 할때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수심이 얇다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일 날 수 있다. 오래전 광복절 이맘때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무렵 나는 군 입대를 앞두고 고향집 바닷가에서 광복절로 이어지는 연휴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해 마지막 여름을 즐기기 위해 바닷가로 몰려들었다. 문제의 그날은 심지어 대만조기(사리) 때였다. 그날도 나는 더위를 식히려 친구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물은 이미 완전 밀물(만조) 상태였다. 서해 바다라고 해도 완전 밀물 때는 수심이 상당히 깊어 위험할 수 있다. 우리는 한 참 동안 물놀이를 하고 모래밭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바닷물은 밀물에서 썰물로 조류 방향이 바뀌어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조금씩 밀려 내려가고 있었다. 특히 대만조기(사리) 때 썰물은 한순간에 쭉쭉 밀려 나가는 특징이 있다. 하얀 모래 위에서 한참을 쉬고 있는 데 바닷가 safe line 바깥쪽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검은색 타이어 튜브에 매달린 채 순식간에 떠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튜브 가운데에는 젊은 여성 1명이 올라타있고, 2명의 남성들이 튜브를 잡고 육지 쪽으로 되돌아오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그럴수록 체력은 바닥나 밀려 나가는 물길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어디까지 밀려 나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친구와 나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발에 오리발(Fin)을 끼고 바다로 뛰어들어 그들 쪽으로 헤엄쳐 나갔다. 썰물에 오리발을 낀 상태라 한 번의 스트로크와 킥킹(Kicking)으로 쭉쭉 전진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에게 다가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남성들은 지칠 대로 지쳐 보였고 여성은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친구는 남성들에게 경직된 몸의 긴장을 풀고 배영 자세로 눕게 하고는 양쪽에 남성 각 한 명씩 목을 감싸 앉은 채(구조자세) 힘차게 킥킹을 시작하며 조금씩 조금씩 육지 쪽으로 그들을 끌고 나왔다. 그러는 동안 나도 튜브에 올라타 있는 여성을 안심시키고 힘차게 킥킹을 해서 육지 밖으로 그녀를 무사히 끌고 나왔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올랐다.


물 밖으로 나온 그들과 우리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그녀를 비롯한 남성들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한마디 말도 없이, 단 한번 도 뒤돌아 보지도 않은 채. 물론 어떤 대가를 바라고 친구와 물속으로 뛰어든 건 아니었지만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8 울 중순, 광복절 즈음에  서해 바다에 갈 때는 물때(밀물(만조), 썰물(간조) 시간)를 알고 가면 안전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참고 https://www.badatime.com/) 또한, 광복절 즈음 되면 바람의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바다와 육지의 온도의 변화,  기압의 변화로) 즉, 한 여름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썰물(간조기) 때라 해도 바다 쪽으로 덜 밀려 나간다. 그러나 광복절 즈음되면 수온도 낮아지지만 바람의 방향이 육지에서 바다로 바뀐다. 그때 만약 썰물(간조기) 때와 맞물리면 위 사례처럼 어떤 물체든 바다 멀리 떠내려 갈 수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보호자와 반드시 함께해야 하고 튜브, 고무보트 사용 시 각별한 주위가 필요하다. 물놀이를 한다면 가급적 완전 썰물(간조기)에서 밀물(만조기)로 바뀐 뒤 물놀이를 할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적어도 바다 멀리 떠내려 가는 사고는 막을 수 있다. 어른들도 바다라는 자연에서 절대 겸손해야 한다. 아무리 Pool장에서 수영을 잘하는 고수라하더라도 바다 수영은 또 다르다.


서해안은 조류간만의 차가 크다. 완전 간조기/만조기 때(사리)에는 몇 백 미터씩 차이가 날 때도 있으니, 수심이 얇다고 방심하면 위험하다. 그래서, 바다의 특징을 알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안전'만이 여름날의 아름다운 바닷가 추억을 만들어 준다. 이게 그녀(?)가 내게 남겨준 여름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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