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서류를 보려는데 글씨가 선명해 보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안경을 벗고 문서를 들여다보니 글씨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때부터 노안이 시작된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주위의 또래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한참 전부터 다초점(노안) 안경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봄, 일본 출장 중에 신칸센 열차 안에서 신용카드를 분실했다. 양복주머니에 있는 줄 알았으나 출장 중 내내 찾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흔한 우산 한번 잃어버린 적 없었는데 그런 일이 발생했다.
얼마 전 서울 출장 중 서울의 한 호텔에서 숙박을 한 적이 있다. 이때는 신분증을 분실했다. 다행히 호텔 측의 도움으로 신분증을 회수하는 일이 있었다.
그 외에도 최근에 바쁜 아침 출근길에 사무실에 도착하고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는 일이 종종 생긴다.
예전에 없는 이런 일들이 갈수록 자주 발생한다.
'나이 들면 깜박깜박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실감 난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시간이 흐르며 '노화'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임을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나 현실 속의 나 스스로가 인정하기 쉽지 않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노화의 과정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도 나빠지고,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물론 육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마음의 노화도 함께 병행되기 마련이다.
일단, 나 개인적으로 '노화'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 대신 '나이 듦'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무슨 차이가 있겠냐마는, 그냥 어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나이 듦에 대해서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일단 나이가 들수록 나이에 맞는 인품과 연륜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 나이에 상관없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삶을 꿈꿔본다.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될리는 만무하다. 뭐든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오랜동안 알고 지내는 지역의 중소기업 대표님이 있다. 기업을 지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시켰고 자녀들도 각 가정을 꾸렸으니 인생을 즐기고 싶어 했다. 어느 날 그의 페이스북에 아주 댄디한 스타일로 변한 그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곧바로 대표님에게 전화를 했다.
"대표님, 요즘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은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대표님 페북 사진을 보니, 완전 다른 분이 되셨어요!, 스타일도 너무 댄디하시고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실은, 얼마 전에 무심결에 도전한 시니어모델에 합격해서, 요즘 서울로 코디도 받고, 전문 포토그래퍼한테 프사도 찍으러 다녀요!"
"와, 축하드립니다. 어쩐지, 모델 포스가 났어요!"
"이런 새로운 걸 해보니, 삶이 신나네요!, 회사 홍보도 되고 너무 좋아요"
그 대표님처럼, 나이 듦과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삶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말했 듯 '초인의 삶'을 사는 길이야 말로 Well-aging의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