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머무는 바다

서산 웅도에서 전하는 봄 이야기

by 바람아래

발길에 이끌려 무심코 찾아 간 2월의 바다는 한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굽이굽이 돌아 조그만 포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기는 것은 푸르디푸르고 잔잔한 물결,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 그리고 짠내 머금은 이른 봄바람뿐이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나무위키)


낯선 이방인의 인기척에도 어떤 짖음도 없이 그날의 바다처럼 고요하기만 한 트럭 짐칸에 실려있던 누렁이가 왠지 서운하기도 했다. 얼마나 순한지 목줄도 없이 가만히 앉아 오매불망 주인을 기다리는 그 녀석의 눈망울은 말똥말똥, 햇빛에 반사된 그 물빛처럼 빛이 났다.


그렇게 계획 없이 찾아간 서산 웅도에 도착했을 때 오후 바다는 낯선 이방인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품어 줬다. 왜 이제야 왔냐는 듯, 바다 바람이 우리들의 살갗을 간지럽혔다.


한 때 인터넷에서 인생사진 촬영지로 유명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어서 언제가 가봐야겠다고 작정했었는데 우연한 길에 들를 수 있어서 기대가 컸다.


인터넷에서 봤던 웅도 잠수교(서해 밀물 때는 사라졌다가 썰물 때 드러나는 길)의 감성을 볼 겸 찾아갔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장소는 찾을 길이 없었다. 안타깝지만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새로운 길이 건설되면서 이제는 그 장면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수 십 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생활했을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나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조금 더 일찍 서둘러 올 걸'하는 아쉬움이 남도는 대목이었다.


섬 안으로 들어갈수록 생각보다 많은 나지막한 집들이 있었고, 따스한 봄 햇살 머금은 붉은 황토밭에서는 당장이라도 대지를 뚫고 나올 듯 강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구불구불 모퉁이를 돌 때마다 눈부신 장관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같은 시각 낮은 둑방 넘어 서해 바다는 연신 은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서해 바다도 이 토록 푸르를 수 있을까 '우 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다른 그곳.

바다는

어느 청춘들에게 '어서 와' 하며 그들에게 팔을 벌렸다.

싫지 않은 듯 부끄러운 듯 한걸음 한 걸음씩 다가가 바다에 안기려 했지만


바다가

점점 그들에게 다가 올 수록, 오히려 그들은 뒷걸음쳤다.


싫어서도, 미워서도 아니었다.

바다에

소리없이 젖어들까 봐.

바다의 품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을 까봐.


그렇게 아쉬움과 설렘을 동시에 남긴 채

바다는 떠나는 이방인들의 앞길을 환히 빛나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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