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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r 02. 2024

 남편들의 쇼핑

지혜로운 쇼핑을 기대하며

시골에 살고 있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 밀리지 않아 좋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그런데 딱 2 가지가 불편하다. 아직까지는 큰 병원에 갈 일이 없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으나, 살다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 외에는 쇼핑할 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옷 살  때가 불편하다. 그래서 가끔 처제 가족이 살고 있는 서울에 갈 때마다 인근에 있는 아웃렛에 들러 옷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쇼핑으로 웬만한 품목은 구매를 하는데 옷은 이럴 때를 이용해 구매를 하곤 한다. 그러나 오프라인 쇼핑이 만만치가 않다. 강인한 체력은 물론 끈질긴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전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남자들에게 '쇼핑'이라는 행위는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며, 사실 그 방식 또한 여성들의 그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때가 있다.




쇼핑몰에 가보면 아슬아슬 해보이는 가족들을 종종 보곤 한다. 얼마 전에도 예외 없이 그런 부부들을 목격했다. 남편들은 보통 인내심을 최대 발휘해 봐야 2시간. 그중 한 시간은 식사 또는 커피타임.  그 이상 되면 얼굴 표정부터 바뀌게 되기 십상이다.


쇼핑몰에 갈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편들의 표정들은 대부분 지쳐 보인다. '빨리 끝내고 가자' 이런 표정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쇼핑 중에 말다툼을 하는 부부들을 종종 볼 때도 있다. 그럴 때 이 옷 저 옷 번갈아 가며 핏팅 하는 아내 옆 남편들은 시간이 갈수록 건성건성 의미 없는 리액션만 늘어간다. 남자들의 시선으로는 다 그 옷이 그 옷 같아 차이도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그런 남편들의 성의 없는, 짜증 섞인 반응에 한 껏 들떠 있던 아내들의 기분은 상하기 일쑤다. 끝내 기분 전환을 위해 나온 주말 쇼핑이 부부싸움의 빌미가 된다면 차라리 쇼핑은 각자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남편들의 모든 쇼핑이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캠핑용품점에서 새로 나온 신통 방통한 물품들을 하나하나 테스트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그 보다 즐거울 수 없다.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주식시장 동향 분석, 미래 유망투자 전망 등의 책을 둘러본다거나, 12년 만에 MLB 류현진 선수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동안 하지 않았던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야구 용품점 가죽냄새 물씬 풍기는 글러브를 만지작 거릴 때면 마치 장난감 코너에 온 아이들 마냥 해맑은 표정이다.


그래서, 내게도 한때는 어렵게 느껴졌던 쇼핑. 아이가 크는 동안 여러 시행착오 끝에 우리들만의 무언의 규칙을 정했다. 특히 의류쇼핑은 나름 RULE을 정했다. 일단  00 카드 0개월 무이자 할부 및 신규고객 20% 추가 할인 매장직원들의 갖은 유혹을 물리친 채 혼자 매장을 쓱 둘러본다. 그러는 동안 아내는 본인이 관심 있는 코너에서 쇼핑을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매장과 상품 분석이 끝나면  내가 미리 점찍어 둔, 가장 마음에 든 아이템에 대해서 아내의 시선으로 최종 컨펌(어울림, 디자인, 가격)을 받고 구매를 결정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도 아끼게 되고 헛 돈도 쓰지 않게 되고 서로 감정도 상하지 않게 되어 나름 지혜로운 쇼핑을 하게 됐다. 이 또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일 뿐, 정답도 아니다. 다만, 즐거운 주말  별일 아닌 것으로 기분 상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쇼핑할 때 또 다른 고민이 생길 때가 있다.

비싼 제품(옷)을 사서 오래 입을 것인가. 아니면 저렴한 걸 사서 몇 번 입고 자주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업무특성상 정장을 자주 입어야 하는 나에게 셔츠는 아주 중요한 아이템이다.  흰색, 블루 등 단색부터 가는 줄, 넓은 줄 스트라이프, 도트는 물론 여름용 린넨  등 TPO에 따라 다양한 셔츠가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그냥 기분대로 구입을 하는 편인데 손으로 원단을 만졌을 때 촉감 또한 중요하다.


그렇게 쇼핑할 때마다 느낀다.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은 보면 볼수록 사고 싶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물욕은 끝이 없는 듯하다.

쇼핑이 어려운 분들도 적당한 소비와 여유로운 마음이 넘치는 주말 쇼핑을 즐겨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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