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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Feb 28. 2024

우주 1등, 회덮밥

보령 오천항 or 서산 삼길포항, 선택은 각자의 몫

끔씩 입맛이 없을 때, 새콤한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주 찾는 음식이 회덮밥이다. 횟감의 쫄깃함, 야채의 신선함 그리고 초장의 새콤 달콤함이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준다.


드라이브 삼아 겸사겸사 찾아가는 보령 오천항. 아늑하게 바다를 품은 오천항은 일련 내내 낚시꾼들이 찾는 바다낚시 성지. 그곳 충청수영성 바로 밑에 이 지역에서는 이름난 횟집이 자리잡고 있다. 그 집 회도 괜찮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 먹기 딱 좋은 회덮밥은 별미 중의 별미다.


회덮밥 자체만을 놓고 비교하면 시중에서 파는 회덮밥 자체와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요즘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회덮밥을 먹을라치면 회는 몇 점 되지 않고 야채만 풍성할 때가 많다. 그래서 회덮밥인지 야채덮밥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이 집 역시 회보다는 야채가 많다. 그러나 맛은 다른 곳과는 분명 다르다.


게다가 화룡점정. 내가 이 집을 자주 찾는 특별한 이유는 단 한 가지.

간자미회무침

회덮밥과 함께 나오는 간자미회무침이다. 붉은색에서 풍겨져 나오는 새콤함, 아식 함, 쫄깃함 그리고 듬뿍 뿌려진 깨소금의 고소함이 입속에서 침을 고이게 한다. 나는 예전에는 간자미회무침을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이 집에서 처음으로 간자미회무침의 맛을 알게 됐다. 중학생인 아들 역시 요즘 아이답지 않게 이 집 간자미회무침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런데,


요즘 고민이 생겼다. 오천항 회덮밥의 아성을 넘을 만한 새로운 최고의 회덮밥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서산 삼길포다. 삼길포는 선상에서 우럭회를 떠먹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얼마 전 우연히 갔던 그곳에서 운명의 회덮밥을 맛봤다. 회덮밥만 비교하면 맛과 모양 모든 면에서 전 우주에서 1등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생전 처음 보고, 맛보는 회덮밥이다.


문제의 그날은 직원들도 함께 했다.

평일 점심시간,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음식점 안은 비교적 한산했고 여느 바닷가 횟집이었다. 혼밥 하는 관광객 두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각자 식사 중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일단 예사롭지 않았다. 그 식당에서는 회는 없었다. 오직 회덮밥과 탕류만 있다.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은 채 인원수에 맞게 회덮밥과 우럭매운탕(대)을 시켰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나온 회덮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비주얼이 무척 낯설었다. 지금까지 알고 먹었던 회덮밥은 회덮밥이라고 부를 없을 지경이었다. 손질된 광어 마리가, 길게 길게 썰려 통째로 대접 안에서 모든 야채와 밥을 살포시 덮고 있다. 마치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 이게 진짜 회덮밥이구나 싶었다.

삼길포 회덮밥

맛 역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두껍게 썰어져 있는 횟감의 쫄깃함과 초고추장의 상큼함이 압권이었다.

회덮밥을 먹고 극강의 포만감을 느껴 본건 생전 처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비어있던 매장 1층과 2층이 순식간에 만석이 됐다. 그들 모두 회덮밥을 주문했다. 알고 보니 이 동네 찐 맛집이었다.


이 회덮밥 중에서 한 곳만 고르라면 못 고르겠다.(둘 다 당시 가격은 15,000원)

우리가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짬뽕을 택하는 것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다.


순전히 회덮밥만 생각하면 삼길포 승,

회덮밥과 함께 새콤하고 오독한 맛의 간자미회무침도 당긴다면 오천항 승.


누군가 추천을 해달라고 한다면 '에라 모르겠다. 아무 데나 편한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가세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봄이 오는 요즘, 입맛을 잃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카카오맵] 청해회수산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천해안로 782-16 1층 (오천면 소성리)


https://kko.to/PjhiNBkjL4

[카카오맵] 미래수산식당

충남 서산시 대산읍 삼길포1로 47 (대산읍 화곡리)


https://kko.to/H6yVokuN3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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