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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20. 2024

산사의 꽃(1)

서산 문수사 겹벚꽃

딱 한 번 보기 위해 일 년을 기다려 서산으로 갔다.

해미를 지나 운산에 도착할 즈음, 푸른 초원이 보이기 시작하면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인 문수사에  곧 도착할 것이기에 이내 설레기 시작한다.


지난해 이맘때 친구와 처음 방문에서 겹벚꽃의 화려함에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일반 벚꽃이 지고 나서야 꽃피기 시작하는 그 꽃을 보기 위해 올해도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달렸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입구부터 차량들이 좁은 농로를 막았다. 겨우겨우 주차를 하고 문수사를 향해 걷는다.


줄지은 불법주차들과 그 비좁은 길로 사람들이 아슬아슬 오가지만 사람들은 그 어떤 불편함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겹벚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든 말든 만개한 꽃들은 사람들을 환하게 반긴다. 남녀노소 모두 이 아름다운 분홍꽃들의 자태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밤송이 만한 분홍 꽃망울이 가지 위에서 바람 따라 아름다운 율동을 할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 또한 함께 꿀렁인다. 아름다운 분홍 세상에서 누구나 아름다운 모델이 되고, 누구나 뛰어난 포토그래퍼가 되는  진귀한 장면이 펼쳐진다. 이게 자연이 인간게 주는 귀한 선물 아닐까.


분홍 꽃 길은 이미 사랑의 거리로 변했다. 

젊은 연인들의 얼굴에는 사랑이 넘친다.

겹벚꽃 아래 더 빛이 나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연신 화면에 담는 남자친구도,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도 행복이 넘친다.


MZ세대 딸이 나무아래에서,  때로는 벤치에서 온갖 포즈를 취할 때마다 그 딸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중년 엄마는 힘에 부쳐 보이지만 이 순간 꽃보다 아름다울 자식의 모습을 가슴에 영원히 저장하기도 한다.  

귀한 것은 쉽게 얻지 못한다.

매일 볼 수 있다면 그 꽃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화려한 자태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1년의 기다림, 그 인내의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이 꽃들의 화려함으로 충분할 것이니 이 꽃 지고 다시 볼  때까지 다시 다가 올 일 년이라는 시간도 기꺼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날 문수사 벚꽃  한 번의 만남으로도 일 년을 먹고 살 것 같으니 이 보다 남는 장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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