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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22. 2024

산사의 꽃(2)

서산 개심사 청벚꽃과 그 무엇.

서산 문수사의 벚꽃을 만끽하고 있을 때 우리 옆을 지나가던 한분이 '문수사 벚꽃도 화려한데, 나는 개심사 청벚꽃이 더 예쁜 것 같아'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문수사 벚꽃을 한참 즐긴 후  날도 어두컴컴해져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어차피 돌아가는 길, 해미 방향으로 가는 길에 개심사도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언제 다시 오겠나 싶어서 해는 지고있지만 개심사에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개심사 일주문을 거쳐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지루할새 없이 걷다 보니 정감 가는 돌계단이 사람들을 반긴다. 돌계단이 여느 계단과 뭐가 다를까 싶지만, 개심사의 계단은 '자연이 인간을 향한 배려'다. 누구에게나 오르막 계단을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게 자연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으로, 드디어 마음이 열린다는 개심사에 도착했다. 시간이 갈수록 쌀쌀한 기온 탓에 홑 셔츠 한 장으로 멋을 낸 내 몸이 살짝 움츠러들 때 마당 한가운데 넓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청벚꽃이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초저녁 산사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둠이 내려앉은 산사의 진귀한 꽃을 즐기고 있다. 친구 간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 세례를 열심히 퍼붓는다. 이 광경을 놓치면 다시 일 년의 시간이 필요할 터.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저장하겠다는 그들의 열정과 신념이 넘쳐나 보인다.


개심사는 유구한 창건 역사와 함께 유홍준 선생님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소개되기도 했고,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다는 청색 벚꽃(흰 왕벚꽃에 초록색이 살짝 나타남), 일명 '청벚꽃'으로 유명하다. 청벚꽃이 필 때면 발 디딜 곳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청벚꽃




금요일 밤, 어둠이 내린 산사는 여전히 한가롭기만하다.


비록 하늘에는 부지런한 달이 떠있지만 어둠이 내려앉은 산사의 초저녁은 분주한 도심과는 사뭇 다르다.

한낮의 청벚꽃과 겹벚꽃은 어둠에 가려 화사함은 덜 하지만 그 대신 조명아래의 은은함이 잔잔히 흐른다.


개심사, 상왕산 깊은 산사의 고즈넉함

기와 밑 조명 얹은 산사의 청벚꽃, 겹벚꽃의 은은함

그 고즈넉함과 은은함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어둠 속 굽이굽이 돌계단 따라 발길 이끌려 온 갈 곳 없는 세인(世人)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리하여 닫혀있는 마음이 열린다. 개심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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