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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n 19. 2024

소녀

그 눈빛은 무엇을 말하나..

처음, 그녀를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무척이나 설렙니다.

이렇게 빨리 직접 만날 줄이야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 나이에 주책인가 싶기도 했지만,

넘쳐나는 그 설렘을 숨길 길이 없습니다.


그녀와 만날 시간이 다가오자,

심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걷잡을 길이 없으니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닙니다.


한 발짝 한 발짝 그녀를 향할 때마다 심장이 콩당콩당 하는 걸 보니,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걸, 진부한 얘기지만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진동이 세상에서 메아리쳐 올 때 드디어 그녀를 만났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뽀얀 얼굴, 앵둣빛 입술 그리고 맑게 빛나는 눈동자

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휘몰아쳐 오는 감정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동시에 온몸이 찌릿찌릿해집니다.


긴 긴 눈 맞춤을 해도,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

무언가 하려는 얘기가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미동도 없습니다.

미소인 듯, 무심한 듯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만 타들어 갑니다.


다행입니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여전히 소녀의 눈빛은 무언가를 갈구합니다.

그렇지만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흰 눈동자, 검은 눈에서 빛이 납니다.


입술에는 생기가 돌아, 혈액이 돌아

마치 살아있는 듯합니다.


머리를 감싼, 노란색, 파란색 두건이 소녀의 얼굴을 더 화사하게 합니다.

이러니, 어찌 한눈에 소녀에게 반하지 않을 길이 없습니다.


- The Mauritius Royal Picture Gallery,  Girl with a Pearl Earring by Johannes Verm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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