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서랍이 비었습니다
관찰이 좋은 글거리를 만든다
빽빽이 적힌 일정, 빡빡한 삶의 궤적에서
그나마, 저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시간이 있다면, 단연코, 글 쓰는 시간입니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세상을 덮는 날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오며 가며 좋은 글거리가 생각나면, 저는 일단 작가의 서랍에 키워드만 적어 둡니다. 그래야, 그래야 나중에 글 쓸 때 순간 떠 올랐던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편하니까요.
그런데, 그동안 모아 둔 글거리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서히 곡간을 다시 채워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참 아이러니 한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작정하고 글 좀 써보려고 앉아있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노트북을 켜다 끄다를 반복합니다. 다른 분들도 같은 경험을 많이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전공학과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방황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 사진동아리에 들어가서 사진이라는 걸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는 필름카메라였기 때문에, 정성스레 찍은 사진을 인화, 현상하는 과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빛, 렌즈, 구도 등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져야 좋은 사진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좋은 사진은 찰나, 순간 포착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저 마냥 눈으로 본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닌, 관심을 더 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글쓰기 소재, 글거리도 매 한 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 무심코 걷던 어느 집 화단에서 꽃잎에 올라탄 청개구리가 눈에 들어온다거나, 렌트 차량의 문에 애처롭게 달린 달팽이처럼,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글거리를 만나곤 합니다.
그렇게 우연찮게 만난 글거리들은 마치 긴 겨울 이겨내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두는 가을 곡식 같습니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즈음, 하나씩 빼서 요리하듯 글을 써 내려가는 연습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작가의 서랍에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둔 글거리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힘이 되거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 역시 수많은 작가님들의 '작가의 서랍'을 거쳐 나온 글거리들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용기를 얻어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글거리'가 내 작가의 서랍에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비가 오지만, 열심히 더 열심히 관찰을 해야겠습니다. 우리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