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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올여름, 콩국수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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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
Jul 15. 2024
맛도보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넣던 소금도 설탕도 필요없다
오랜 시간 정성들여 끓인 설렁탕 만큼 진한 뽀오얀 콩물
맛의 심연으로 부터 냉수마찰 마치고 몸 부림 쳐 나오는 한 움큼 엉켜진 면발
밋밋한 순백의 세상에 살포시
내려
앉아,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 보여주는
노오란 콩가루
제철 맞은 푸른 향, 가녀린 오이채 까지
더한
한그릇 콩국수
한여름 초복 더위를 삼켜버리고
만다.
모진 바람, 가뭄 함께 이겨낸 천생연분 청태, 서리태, 부끄럽게 한 몸 섞어
마침내 우윳빛깔 콩물 낳고서야
코
끝으로 전해지는 세상에 없던 고소함
얼음도
없이
온몸 오싹하게하는 시원함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콩가루,
고소함 한 스푼 추가
그 고소함
,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갈무렵, 더위와 맞바꾼 입맛 찾아오니
덩달아 더위에 심드렁한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돌아온다.
콩물 한 사발,
마지막 한 방물까지
들이켜, 콧등, 입술에 콩물자국가득 그녀 얼굴 한번 보고
막대기 같았던
그 남자
,
마음속으로 이제 됐구나 안도한다.
농부의 피땀 양분 삼아 자란 청태, 서리태
그들을 재료로 정성스레 씻고 갈기를 반복한 촌노들의 노고와 손맛 한데 어우러져 탄생한
한그릇 9000원 짜리 콩국수의 맛은 그야말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올여름에는 냉면 보다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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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위에 발을 딛고 서서 별을 우러르고 싶다는 모토로 하루 하루를 채워갑니다. 오늘은 막걸리, 내일은 와인, 언젠가는 위스키 같은 글을 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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