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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Sep 27. 2024

명함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를 담은 예술품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의례 서로의 이름 석자 잘 기억하라고 주고받는 명함


내가 받은 수천 장의 명함이 그러하듯 '내 명함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날이 있었다. 연말이나 부서 이동이 있을 때마다 그 많은 명함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명함은 몇 장 안 된다.


물론 요즘은 디지털로 전부 저장해 둘 수 있어서 여간 편한 게 아니지만, 저장만 되었을 뿐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 역시 나를 기억해 달라고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전달한 명함이 수천 장은 족히 되었을 터, 나를 기억하는 이들은 업무 때문에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 빼고는 많지 않다.


기억도 하지 못할 명함을 주는 것에 대해서 늘 회의를 갖고 있던 어느 날, 명함에 대한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있었다. 변화는 일본 구마모토현 공무원들을 만나서부터 시작됐다.

구마모토현은 최근 TSMC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전형적인 농업과 온천관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구마몬의 고향이다. 구마몬은 규슈 신칸센이 구마모토에 연결되는 것을 기념해서 지역 홍보를 위해 만든 캐릭터로서 일본 캐릭터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고, BMW와 콜라보를 통해 Mini 한정판도 출시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귀여운 검은 곰 캐릭터다.


어느 날 구마모토현 공무원들의 명함을 받았을 때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구마몬 캐릭터를 잘 활용했다. 적재적소에 캐릭터를 잘 사용하는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구마몬의 귀여운 디자인은 첫인상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명함을 받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 귀여움과 기쁨을 통해 이미 ice-breaking은 끝이 나니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는 쉽고 편하게 이뤄졌다.


물론, 구마몬이 다했지만

명함은 그래야 되지 않을까

오래 기억되는 명함, 쉽고 빠르게 찾을 있는 명함 말이다.


그를 위해서는 멋지고 창의적인 디자인은 물론 위에 새겨진 이름 석자에서 신뢰가 묻어나는

나를 담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90mm x 50mm 예술작품이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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