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수천 장의 명함이 그러하듯 '내 명함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날이 있었다. 연말이나 부서 이동이 있을 때마다 그 많은 명함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명함은 몇 장 안 된다.
물론 요즘은 디지털로 전부 저장해 둘 수 있어서 여간 편한 게 아니지만, 저장만 되었을 뿐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 역시 나를 기억해 달라고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전달한 명함이 수천 장은 족히 되었을 터,나를 기억하는 이들은 업무 때문에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 빼고는 많지 않다.
기억도 하지 못할 명함을 주는 것에 대해서 늘 회의를 갖고 있던 어느 날, 명함에 대한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있었다. 그 변화는 일본 구마모토현 공무원들을 만나서부터 시작됐다.
구마모토현은 최근 TSMC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전형적인 농업과 온천관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구마몬의 고향이다. 구마몬은 규슈 신칸센이 구마모토에 연결되는 것을 기념해서 지역 홍보를 위해 만든 캐릭터로서 일본 캐릭터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고, BMW와 콜라보를 통해 Mini 한정판도 출시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귀여운 검은 곰 캐릭터다.
어느 날 구마모토현 공무원들의 명함을 받았을 때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구마몬 캐릭터를 잘 활용했다. 적재적소에 캐릭터를 잘 사용하는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구마몬의 귀여운 디자인은 첫인상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명함을 받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 귀여움과 기쁨을 통해 이미 ice-breaking은 끝이 나니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는 쉽고 편하게 이뤄졌다.
물론, 구마몬이 다했지만
명함은 그래야 되지 않을까
오래 기억되는명함,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명함 말이다.
그를 위해서는 멋지고 창의적인 디자인은 물론 그 위에 새겨진 내 이름 석자에서 신뢰가 묻어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