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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Oct 05. 2024

섬과 섬사이

우리가 가고 싶은 섬은...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문득 떠오르는 가을날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일단 떠 났다.


휴일의 남당항 선착장은 그야말로 차 반, 사람 반

몰려드는 낚시꾼과 괸광객들로 북쩍인다. 죽도로 가는 첫배를 타기 위해 매표소도 소란스럽기는 매 한 가지다.


오전 9시가 되자, 죽도행 여객선은 뱃고동 소리와 함께 출발한다. 낚시꾼,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중년의 부부들 까지 울긋불긋 차려입은 사람들의 옷색깔은 이미 단풍처럼 물들어간다.


해가 얼굴을 드러내자, 우려와는 달리 10월의 아침 햇살은 등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가끔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를 스칠 때, 죽어있던 세포마저 새 생명 얻어 생기가 느껴진다.

그 덕에 일상의 찌듦마저도 한 순간에 사라진다.



죽도에 가까워질수록 멀리 오서산은 만화 속 거대한 궁전처럼 희미하게 멀어져 간다.

3번째 죽도 방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기는 건, 죽도의 인싸 하얀 댕댕이. 오른쪽 다리도 불편한 녀석이, 이방인들의 일정을 끝까지 책임져 준다.


이름대로,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고 불리는 섬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요동치던 속세의 심란은 이내 고요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걷다보면,

미풍에 몸 의지해 부비적 부지적거리는 대나무들의 몸부림 소리가 지친 마음 토닥이고

벤치에 앉아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안면도까지 한 시선에 가둘 때면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막힌 가슴 뻥 뚫고

파도소리인가 싶어 내려다볼 때, 수줍어 보이는 작은 폭포수 소리에 마침내 기쁨으로 미소 짓는다.



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광을 바라볼 때

그제야 눈망울에 사로 잡힌 작은 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어쩌면,

당신과 나, 우리는 지금 섬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섬에 가서야 섬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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