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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Oct 02. 2024

어씽(Earthing)의 효과

그때는 전혀 몰랐던...

마땅히 놀거리가 없던 시절, 시간만 나면 바닷가에서 뛰어놀았다. 모래사장을 뛰어다니거나 비치볼로 축구를 하기도 했으며, 재주가 많은 친구는 텀블링을 하기도 했고, 씨름부 활동을 한 친구들에게는 최고의 씨름판이었다.  그 처럼 바닷가 모래백사장은 우리들의 최고의 놀이터이자 연습장이었다.


세월도 많이 흐르고, 세상이 바뀐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연치유'에 관심이 많다.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중에서 면역력은 굳이 건강검진을 받지 않더라도 예전 같지 않음을 몸소 느낀다.


몸 이곳저곳에 염증이 있다.

평소에는 못 느끼다가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염증은 어떤 형식으로든 나타나는데 그중에서 '통증'이 발바닥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약 2년 전부터 족저근막염이라는 통증으로 걸을 때 가끔씩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한 동안 한의원과 통증클리닉에 다니면서 공포의 체외충격파를 비롯한 여러 치료를 받아봤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주 우연한 기회에 만리포 백사장에서 맨발 걷기(어씽) 프로그램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마치고, 아무런 장비 없이 썰물을 따라 동료들과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최상의 날씨에 차갑지 않은 바닷물 속에 발을 담그고 서서히 물이 빠지는 모래 백사장을 걸었다. 왕복 약 2.5km. 조개나 굴 껍데기 등 발에 위험한 요소는 전혀 없는 만리포 백사장을 걷고 나니 몸과 마음이 상쾌해졌다.


어릴 적부터 친근한 바다를 일상의 복잡한 일들은 다 잊고 오직 자연만을 생각하면서 걸었다.




2007년 12월 7일 전 국민을 포함한 온인류를 놀라게 했던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사건'으로 이 아름다운 만리포를 비롯한 인근 지역이 기름으로 뒤범벅이 되었고, 나를 비롯한 수백만의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열심히 기름 제거 작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면서 동료들과 '이곳 과연 예전처럼... 회복될까' 하며 회의적이다 못해 절망적이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주민들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절망의 바다는 몇 년 안돼서 다시 예전의 그 아름다운 곳으로 회복되었으니, 자연, 그 자체의 회복력이 놀랍기도 하고, 참 고맙기도 하다.


다시 회복된 바다에서, 아들이 초등생일 때까지만 해도 여름방학이 되면 아들과 함께 SUP(Standing Up Paddle) 보드를 타기도 했었다.

갈매기와 SUP 보드를 타는 학생들




그렇게 만리포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는 동안

피부를 살짝 스치는 바람,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 그리고 철썩철썩 파도가 발을 마사지해줄 때의 상쾌함이 수년간 쌓인 몸속의 독과 삶의 찌듦까지 단번에 씻겨주는 듯했다.

 

약 한 시간을 걷고 나니 발에 있던 각종 각질은 없어지고 발의 피부는 부드러워졌다. 그날밤 평소와 달리 오랜만에 숙면을 했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더 놀라운 건 평소에 느껴졌던 발바닥 통증이 사라졌다.(이건 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통증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오늘까지 아직 통증은 재발하지 않고 있다. 이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바닷가 맨발 걷기는 황톳길 걷기와는 분명 다른 장점이 있는 듯하다.

만리포에서 맨발 걷기를 되짚어 보면, 일단 푹신푹신한 모래 위를 걸으면서 무릎과 발목 등 관절에 체중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 준 듯하다. 그리고, 썰물에 맞춰 걸으면서 파도가 만들어준 연흔(파도가 만들어 준 물결 모양의 자국)이 지압 효과를 더 해 준 듯하다.


이게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황톳길 어씽을 주로 하는 동료에게 이 상황을 얘기했더니 '슈퍼 어씽'이라고 한다.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어찌 되었든

몇 년을 고생했던 발바닥 통증이 일단은 사라졌으니 다행이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다시 한번 걸어 볼 생각인데, 날씨가 도와줄지는...


자연의 힘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T.I.P

앞서 언급했듯이 이건 제가 경험한 것 뿐입니다. 과학이나 의학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지에서 어씽 체험을 안내해주는 전문가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혹시나 제 글을 보고 체험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전문가분들의 주의사항을 공유해드립니다. 당뇨가 심하신 분들은 맨발은 삼가셔야 합니다. 만리포 모래백사장은 깨끗합니다만 혹여나 물속에 유리 파편, 조개 또는 굴 껍데기와 같은 날카로운 것이 있어 상처가 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발이 불편하신분들은 아쿠아슈즈 등을 신으시고 체험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동료 40여명과 함께 했습니다. 다행히 전원 무탈하게 체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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