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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생긴 일

당신의 나이는 안전하신가요?

by 바람아래

얼마 전 직장 프로그램 일환으로 제주도 워크숍에 참여했다.

당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그동안 같은 팀에서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근사한 바에 가서 와인이나 칵테일 한잔을 사주려고 근처 바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은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하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을 했다. 나름 평도 좋고 해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었다.


7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그곳의 입구는 여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1층 맥주집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약간의 조명이 깔려있고, 젊은 손님들 3~4명이 메인테이블에서 한잔씩 하고 있었다.


특별해 보이는 인테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상 야릇한 분위기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칵테일바인 듯한 분위기여서 이 정도면 와인 한잔씩 하기 좋겠다 싶어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순간 아르바이를 하는 학생이 달려와 물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심쿵! 어두운 조명아래라고 '평소 나름 관리를 잘하고 옷도 젊게 입으려고 하긴 하는데 나를 아직 10대 학생으로 보는 건가' 싶었다.


내심 기분 나쁘지 않은 마음 상태에서


"(신분증을 꺼내려고 뒤적이며) 제 나이요? 왜요?"

"아,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는 나이 제한이 있어서요!"

"아 그러니까, 제 나이가..."


그때 뒤 따르던 한 팀원이 소리쳤다.

"팀장님, 여기 입장 나이 제한(상한)이 있는 곳인가 봅니다"

"헉... 그래!"

"팀장님 다른 데로 가시죠!"

"(아무 일이 없었던 듯) 그러지 뭐!"


그리고는 민망함을 뒤로하고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아니 입장 나이제한이 있으면, 입구에 표시라도 해주든가!"

"그러게요, 홀도 특별해 보이지 않던데..."


다시, 몇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야외 테라스가 있는 맥주집이 보여 그곳에서 와인 대신 시원한 생맥주로 직원들의 더위를 식히기로 했다. 직원들도 민망해서 얼굴이 상기되었던 탓 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원한 생맥주를 연신 들이켰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는 볼멘소리를 했다.


"아까 그 집, 딱히 나이제한을 둘 정도는 아닌 곳 같은데... 뭔지 모르겠어요!"

"맞아요! 그냥 맥줏집 같던데..."




착각은 자유고 그냥 한 순간 웃어넘길 에피소드다.

지금까지 수 차례 해외에 가봤지만 인종, 외모, 성별, 나이 등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을 당해본적이 없었는데, 그것도 대한민국, 제주에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이'라는 요소로 차별을 당해봤다. 차별이라는 것을 당해보니 이게 참 기분이 묘하다. 그런 차별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일상이 되고, 만성이 되는 순간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냥 한 가지 에피소드였지만 막상 당해보니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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