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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실

그게 뭐라고...

by 바람아래

얼마 전 제주도 워크숍 기간 중의 일이다.

2일 차 일정이 있던 날 아침. 조식을 마친 뒤 잠시 호텔 앞 산책을 하던 중 워크숍에 참여한 팀장 한 분이 나를 보더니 길을 막는다.


"팀장님! 너무 고마워요!"

"예?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말씀이세요?"

"숙소 1인 1실로 해줘서 너무 감사해요!"

"아니, 뭘 그런 걸 갖고 그러세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지금까지 이런데 많이 와봤는데, 늘 다인실이었거든요. 그래서 잠을 한숨 잘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잠도 잘 잘 수 있고 밥도 너무 맛있고 너무 좋아요"

"네, 그러셨군요. 제가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잠은 편하게 자게 하자'가 가장 큰 주안점이었어요"

"그래서 덕분에 제대로 힐링할 것 같아요!"

"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산책을 이어가며 그분의 말이 계속 귓전을 맴돌았다.

'1인 1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고마워하셨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물론 나도 그 덕에 동트는 새벽녘에 일어나 오션뷰 테라스에 앉아 신선한 아침 바닷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 그리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사람들은 관행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직장생활에서 나 또한 수많은 워크숍 참가와 출장 경험이 많다. 그때마다 대부분 숙소 배정은 당연히 산수 공식처럼 '2인 1실'이었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룸메이트를 만나면 끝나는 날까지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직장인이라면 그런 경험은 한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서로 정말 불편하고 생각만 해도 두렵다.


물론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예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1인 1실도 가능할 수 있다. 숙박비 지출이 늘어나면, 식사 또는 다른 프로그램을 조정한다거나. 숙소 클래스를 낮추는 방식 등으로 조정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살다 보면 가끔씩 우리는 아주 작은 일 또는 우연한 계기로 너무 관성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때가 있다. 무슨 일이든 하던 대로 할 때 그 '익숙함'으로 인해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익숙함이 쌓일수록 사고의 스펙트럼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일상 속 익숙함은 염증처럼 우리의 사고를 조용히 병들게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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