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세일
낮에 날씨는 뜨겁고, 밤에는 아직 쌀쌀하여 여름이라고 부르기 좀 애매한 주말
오랜만에 특별한 계획 없는 아주 평범한 주말을 맞아 시력 떨어진 고1 아들에게 첫 안경을 맞춰주고 남은 시간에 아내와 드라이브 삼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유명 주방 브랜드 본사를 방문했다. 물류창고 대개방 행사 현수막을 본 기억이 나서 딱히 뭘 살려는 목적이 아니라 적당한 드라이브 거리에 있고, 돌아오는 길에 호숫가에서 커피나 한잔 할까 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홍보가 잘 돼서 그런지, 좁은 진입로를 통해 차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가 행사장 입구에 들어설 때 뭔가 한 보따리씩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절대 아무것도 안 살 거야. 그냥 구경만 할 거야! 너희들이 아무리 꼬셔봐라 우리가 넘어가나 보자'라는 다짐과 함께 장엄한 눈빛을 교환하며 행사장 입구에 들어섰다.
계획대로 한참 동안 사지도 않을 제품들을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며, '살 것도 없네'를 주문처럼 외우며 돌아다녔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결국 '50% 세일' 가격표에 우리 다짐은 처참히 무너졌다.
어느 순간부터 '더 필요한 건 없어?'를 외치고 다니는 우리. 결국 2년은 거뜬히 쓰고도 남을 물건들을 쟁여 놓았다.
쌓여있는 물건을 보며 우리는 서로에게 묻는다.
'저 물건들 인터넷보다 싸게 산거 맞지?'
'응, 잘 샀어'
라고...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