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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대한 편견 박살 내기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서점 '미옥서원'에서 보물찾기

by 바람아래

얼마 전 직원으로부터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

산속에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평일 특휴를 맞아 말로만 듣던 산중책방을 방문했다.

보령에서도 시골 산속에 있는 책방이다 보니 우리 외에는 방문객이라고는 아무도 없어 적막감이 흘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편백나무향, 종이책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우리를 반긴다. 넓은 창으로 소나무 숲이 한눈에 들어오고 책꽂이와 창가에는 책들이 여느 서점처럼 수북이 쌓여있다.


한 참을 둘러보다 보니 유명한 예술가들의 책들이 눈에 띄게 많아 보였다. 이 서점의 취향이 보이는 대목이었다.


물론 도시 서점 어디서나 볼수있는 수험서는 안 보인다. 그래도 최근 베스트셀러는 나름 섹션이라기에는 뭔가 애매하게 앞 쪽에 배치한 듯 보였다.


전혀 서점이 있을 법하지 않은 낯선 곳에 있는 서점

점원 한 명과 우리만 있는 고요한 서점이다.


창으로 보이는 건 오직 숲, 자연으로 둘러싸인 서점

그리고 가장 특이한 점은 여느 서점에나 있는 '섹션' 표시가 없는 곳

그렇다 보니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보물찾기 하듯 온 서점 곳곳을 살펴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박준 시인의 신간 '마중도 배웅도 없이'를 찾기 위해 이 무모하고 기가 찬 시도를 해봤다.


섹션 구분도 없는 곳에서 수만 권의 책더미 속에서 한 참을 찾아봤지만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더 짜증이 나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힌 뒤 도저히 내 자력으로는 목표물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결국 유일한 점원분에게 이 책의 입점 여부를 물었다.

그는 '딱 한 권 입점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분명 어딘가에 있다는 소리에 뭔가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점원과 우리는 군대에서 수색활동을 하듯 1층부터 2층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20분, 30분... 시간만 흐른다. 이게 뭐라고 마음이 차츰 조급해지고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나는 점원에게 '이제 그만 찾으세요! 그냥 제가 다른 책 보다가 보이면 살게요'하고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점원은 이 깊은 산중까지 찾아준 손님들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이었을까 혼자 한참을 더 찾더니 결국 찾아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기쁨으로 가득 찬 그의 외침은 마치 심마니들의 외침 '심봤다'처럼 들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그래도 유쾌하다.

일반 서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들 그렇게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점원에게 책들을 섹션별로 분류해 놓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는지를 물었다.


"우리 사장님의 철학이십니다. 사장님 만의 취향대로 진열하셨어요"

"아. 이 방식이 처음에 당황스러운데 원하는 책을 보물찾기 하듯 찾다 보니, 다른 분야 책들도 유심히 보게 되네요"

"아마 그러실 거예요!"

"네, 새로운 방식이고, 생각보다 재밌네요!"

"네, 맞아요! 하하"


처음에는 '뭐 이런 서점이 다 있어, 장사를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찾는 수고는 보물 찾기와 같은 재미를 선사했고

그런 수고를 통해 얻는 것은 책과 조금 더 친해지는 친교의 시간 또한 선물해 줬고

내가 평소 관심을 갖지 못했던 다른 분야의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그런 활동으로 책에 대한 가치를 알게 해 준 것은 덤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도심 속에 여느 서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첫 방문이지만

왠지 좋은 나의 놀이터, 지식의 창고, 글쓰기 마당 그리고 치유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다.


그래서 혹시 이 글을 보시는 작가님들 중에 여름 휴가지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충남 보령을 추천드립니다.

대천해수욕장 머드축제도 있고, 냉풍욕장도 있으니 더위도 식히시고, 이곳 '미옥서원'(보령시 청소면)에서 이 낯선 당황스러움을 체험 해 보심이 어떠실지...

서점 주위에 오서산 등산로도 있으니 산행도 가능하다는 깨알 정보도 함께 드립니다.


단순한 호기심보다는 자연 속에서 책과 글의 향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강추합니다.


다만 이런 분들께는 비추합니다.

1. 성질이 급하거나 인내심이 부족하신 분

2. 순간 욱 하시는 분

3. 북카페를 원하시는 분(여기는 분명 영업장(서점) 임)

4. 다리가 불편하신 분

(주차장이 협소해 자칫 오르막길을 100미터 이상 걸을 수 있음)


미옥서원

충남 보령시 청소면 성당길 68 미옥서원

https://naver.me/583Ugn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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