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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가오리에게 미안해졌다

by 바람아래

그날은 유난히 더 맑은 아침이었다.


상쾌한 공기, 떠오르는 태양,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 산책을 즐기기에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다.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정적인 리듬감으로, 들 숨과 날 숨이 한 번씩 교차할 때마다 찌들어 있던 시름, 스트레스를 하나씩 몸 밖으로 내보냈다.


멀리 보이는 빨간 등대, 그 뒤의 푸른빛 망망대해는 잔잔하기만 했다. 뜨거워지는 태양 그리고 그 덕에 멋지게 빛나는 아침윤슬, 이 모든 자연이 이방인에게 가장 멋짐으로 다가왔다.


빨간 등대를 반환점 삼아 되돌아오는 길

어부들의 분주한 움직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들에게 치열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어구들을 챙기고 출항준비를 하는 그들, 어릴 적 고향 조그만 포구의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지나간다.




방파제가 끝날 무렵

분주한 어부들과는 달리 여전히 바닷가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은 아직 고요히 잠들어 있다.

지난밤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채웠을 식당과 횟집들이 줄지어 있다. 불은 꺼져있고 가게문은 굳게 닫혀있다. 그런데 단 하나,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며 반겨주는 생명체가 있다. 수족관에서 뭐 그리 신났는지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광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광어와는 생김새가 다르다. '가오리'다. 무리 중에는 심지어 노락색 줄무늬를 갖고 있는 황가오리도 있다.


녀석들의 미소가 마냥 귀여울 수가 없다. 그들의 움직임은 왜 이렇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아침 운동시간인가! 아니면 아침 식사 시간인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홍어랑 비슷하게 생긴 듯하나 전혀 다른 생선이라는 정도다.


*홍어 : 주둥이 부분이 뾰족하고 큼, 꼬리지느러미가 짧고 , 독침이 없음, 주로 삭혀 먹음

가오리 : 주둥이 부분이 둥근 편, 꼬리지느러미가 길고, 독침이 있음, 주로 회무침, 찜 등으로 먹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들의 귀여운 얼굴과 움직임을 살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녀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 입에 물려있다.



"헉, 낚시 바늘이다."

"이거 뭐지? 왜 저래?"

"우리도 밥 먹다가 생선가시가 목에만 걸려도 아픈데..."

"커다랗고 튼튼해 보아는 바늘이 입에 그대로 물려있네... 아프겠다!"


안타까운 마음에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런데 한 마리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여러 마리에서 그런 장면이 보인다. 방금까지 귀엽게만 보이던 그들이 갑자기 불쌍하게 보이기 시작하며 갑자기 그들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특유의 식감이 아삭해서 매번 각종채소 위에 상큼 매콤 양념과 함께 먹던 가오리무침 생각만 했었는데... 차라리 이 광경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는 이 모순된 마음은 또 무엇인가!


수족관에 손이라도 집어넣어 낚시 바늘을 빼 줄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이른 아침 남의 횟집 수족관 앞에서 입에 차갑고 날카로운 낚시 바늘을 물고 있는 가오리들을 보면서 온갖 감정이 뒤섞인다.


한편으로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는 가오리무침이나 찜을 먹지 않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이런 이중적인 마음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가오리에게는 아주 많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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