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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너마저...

by 바람아래

나를 비롯한 한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을 뽑으라면 광어가 빠지면 서운하다.

광어와 함께 우럭 또한 사계절 내내 횟감으로 인기가 많기도 하다. 나는 바닷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른이 되기까지 생선회를 먹지 않았다. 생선의 비릿한 맛은 초등학생 입맛이었던 내 입맛과는 맞지 않았다.


나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살면서, 봄, 가을, 주말, 공휴일에는 자주 갯바위 낚시를 즐기곤 했다. 단출한 대나무 낚싯대만 들고 아무 바위에서 낚시를 해도, 우럭, 노래미는 흔하게 잡혔던 어종이다. 먹기보다는 그냥 심심해서 시간 때우기가 일쑤였고, 잡은 물고기는 돌아오는 길에 운 좋은 날에는 외지 도시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팔아 용돈 벌이도 하기도 했다. 그런 운 좋은 날을 제외하고는 그냥 집에 있는 고양이 밥으로 선물할 정도로 흔한 물고기였다.


그랬던 나도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날 것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다 고향에 갈 때면 자연산 횟감을 먹을 때 그 쫄깃함, 기름짐에 흠뻑 빠질 때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횟감 뱃살 부위는 기름지고 씹는 맛도 있어 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회를 먹을 때, 회를 먹을 좀 먹는 다 하는 사람들은 그 부위를 집중공략할 때가 많아 서로 눈치를 보며 젓가락 속도를 조절하곤 한다.


광어는 회뿐만 아니라 매운탕으로 해도 맛있기도 하고 초밥에도 그리고 덮밥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어종이다.

광어는 서해를 비롯해 남해, 동해 등 전국 바다 어디서나 잡히는 흔한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기 때문에 그 형태도 넓게 펴 저 있어 넙치과에 속하는 물고기이다. 그래서 낚시꾼은 낚싯줄을 바닥까지 내려 광어들을 꼬여 낚는다.


예전에 일본에 출장 갔을 때 일이다. 일본 관계자들과 만찬 때 양국의 사시미(회)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금바리가 비싸지만 광어는 상대적으로 싸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광어가 비싸고, 다금바리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얘기가 오갔다. 결론은 서로 상대국에 갔을 때 원하는 회를 실컷 먹자는 이야기로 대화가 마무리 됐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 횟감으로 애용되던 광어와 우럭도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얼마 전 뉴스에 광어, 우럭의 산지 출하가격이 1kg에 2만 원으로 폭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격 폭등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기후변화 여파를 그들도 피하기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미 기후변화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실에서 단지 광어만 문제가 될 리 없다.

이번 주에도 국민생선이라고 불렸던 고등어 마저 값이 폭등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생선뿐만 아니라 쌀과 곡물가격도 예외일 수 없다. 게다가 매일 마시는 커피 원두가격도 점점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 머지않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진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이 확산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과감한 실천은 없는 듯하다.

산업혁명이래 200여 년 동안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유럽, 미국과 같은 산업국가들이 이제 와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강제하고 있다.(현재 미국은 갈팡질팡 하고 있음) 인류에게 닥친 현실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들의 행태가 얄밉기도 하다.


비록 그들의 행태가 얄밉고 꼴 보기 싫지만 조금이라도 천천히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아야 하는 것은 온 인류에게 닥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이기에 누구나 관심을 갖아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노력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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