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
땀 내음 / 바람아래
한 여름 거리에서 지나쳐가는 낯선 남자의 땀 냄새는
한 가장의 가족에 대한 헌신의 향기다
승강기에서 땀에 찌든 낯선 남자의 땀 냄새는
창피할 게 아닌 어엿하게, 때로는 더 당당해도 될 녹진한 삶의 자취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점심 식당을 찾는 남자의 땀 냄새는
마땅히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의 결실 그래서 같이 살아갈 오늘의 자취다
솜이불을 덮고 있는 듯 폭염이 며칠째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이 무더위 속에서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점심시간 근처 식당에 갈 때면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자주 보기도 하고,
퇴근 시간 승강기 안에서 땀으로 찌든 작업복을 입고 타시는 이웃분들 중에 가끔 본인 땀냄새를 민망해하시는 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하다.
가끔 그분들이 우리 눈치를 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식당에서도 승강기 안에서도 한쪽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그분들 나름 배려이겠지 싶기도 한데 '굳이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 그 진한 땀냄새는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냄새이기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향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무더위 속 택배기사님, 아파트 청소해 주시는 분, 관리소 어르신, 수해복구 지원 나갔다 돌아온 읍면사무소 주무관님들, 상하수도 긴급보수 공사해 주신 기술자분들, 싱크홀 긴급공사 해주신 분들, 해수욕장과 강가 물놀이 안전요원들,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해주시는 여사님들, 건설현장 및 아스팔트도로 공사장의 근로자분들...
이 순간에도 끝도 없이 많은 분들의 수고와 그들의 땀방울이 느껴진다.
오늘도 이 더위속에서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수고해 주시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들의 삶은 늘 편안하다.
그러니 그들의 옷에 배어있는 삶의 향기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