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탄식 섞인 푸념들이 사무실 곳곳에서 파동을 타고 돌아다닌다. 2025년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만족보다 아쉬움과 미련이 더 크게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 인가 하는 착각마저 들 때가 있다.
그래도 그에 비해 나는 다행인 듯 딱히 아쉽지도 서운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아, 올 한 해도 잘 못 산 것도, 잘 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어찌 보면 공평한듯하여 그만하면 됐다 싶다가도 마음속에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솟구쳐 오르는 것을 보니,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심연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의 정체를 도통 알 수 없으니 마음속 심란은 밤 사이 내린 눈과 염화칼슘이 만들어낸 질퍽한 아스팔트 도로 같다.
때마침 평소 보이지도 않던 주방의 찌든 기름때가 뜬금없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욕실의 찌든 때도 매 한 가지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일까.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알려고 애쓰기보다는 한 동안 손 도 못 대고 차일피일 미루고 손도 못 댔던 집안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겠다는 심산으로 다이소 개점에 맞춰 청소물품을 한가득 사 온다.
주말 아침부터 뿌리고 닦고를 무한 반복한다. 신박한 약제들 덕분에 긴 시간 덕지덕지 달라붙어있던 삶의 흔적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뭔지 모를 마음속 그것도 함께 녹아버린다. 깨끗한 물이 땟물을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몇 번을 반복하고서는 그제야 제 빛깔을 찾은 공간. 마음속 곰팡이마저 사라진 지금, 다시 드러난 하얀 여백.
12월, 더 이상 물러날 것 없는 사람의 마음은 부산하기보다는 한 없이 평온하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마지막 달에 정리해야 할 것은 주방과 욕실의 묵은 때뿐만 아니라 어쩌면 오래 묵혀두었던 마음을 옥죄어 온 나를 향한 강박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근심이 아니었는지 되짚어본다.
아침나절 내내 밀고 닦아도 미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몇 군데 더 남아있다. 남은 그것과 함께 아직 버리지 못한 마음속 찌든 때 마저 버릴 시간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다가 올 신년에 기대되는 것은 하얀 눈 보다 밝을 내일 일 것이다.
[대문사진 출처 : Pinterest]